Pastor's Desk

2023년 12월 10일

 어느새 대림 둘째 주일을 맞이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미 세상은 성탄 준비를 완벽히 했습니다. 적어도 거리에 세워진 화려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이 성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흰 눈이라도 내리면 바로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믿든 안 믿든 간에 세상은 이미 이렇게 완벽하게 성탄 준비를 해놨는데, 우리 믿는 이들은 어떤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직 대림절이기에 성탄 분위기에 빠지기보다 주님 오시길 준비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례적으로 아직 성탄에 관한 성가를 부를 수 없습니다. 전례적으로 성탄 장식을 할 수 없습니다. 전례적으로 성탄을 기뻐하기보다, 오시는 예수님을 준비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례적 의미의 끝은 바로 성탄의 기쁨과 희망입니다. 그리고 성탄이 가져오는 평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기뻐야 합니다. 진지하게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 존재적 의미를 묵상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곰곰이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기이지만, 기도가 심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림절은 사순절이 아닙니다. 재계와 단식과 자선을 실천하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여 부활을 기대하는 사순절과 성령으로 성모님께 잉태되어 구세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며 기다리는 대림절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대림은 바램과 설렘의 축제 시기입니다. 아이가 성탄 선물을 기대하며 설렘으로 성탄을 기다리며 양말을 벽에 걸어놓는 것과 같이,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각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설렘으로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어서 오시라고 예수님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보고 싶은 심정이면 더욱 좋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기 위해 천진무구한 아기로 오시는 것처럼,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철부지의 모습이 되어도 좋습니다. 철부지는 철을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이지만,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슬기롭고 지혜로운 자들이 아니라 철부지들에게 당신의 뜻을 드러내 보이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참고 루카 10: 21)

  그러므로 대림절을 누구나 철부지가 되어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기입니다. 그 뜻은 바로 모든 이가 배불리 먹고,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아버지의 나라가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는 시기입니다. (참고 주님의 기도)

  그러니 대림절에는 그동안 바쁜 일상에 전하지 못한 안부 인사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거창하게 파티하거나 술자리를 만들어 망령회라는 이름으로 흥청망청하기보다 소박한 인사라도 진정한 사랑을 담아 안부 전화나 문자라도 보내면 좋겠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성탄 카드를 보내면 금상첨화입니다.

  저는 아직도 성탄 카드를 많이 받습니다. 물론 전에 사목하던 성당의 미국 신자들이 보내주는 카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편지를 보내거나 카드 보내기를 멈춰버렸습니다. 받는 것은 좋지만, 보내기는 귀찮아하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구원은 손쉽고 편리하게 오지 않습니다. 사랑은 편리하지 않습니다. 천사같이 예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때도 어머니는 열 달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머니는 극심한 고통에 죽음을 경험합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때 어머니의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습니다. 진정한 구원을 체험합니다.

  대림은 바램과 설렘으로 힘듦을 견디며 평화와 희망의 이유인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준비합니다. 성탄 장식을 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기도하며 세상살이에 요원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때입니다. 귀찮고 불편하고 어려워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진정한 행복과 평화는 세상의 편리함이 주지 못하기 때문이며, 오직 예수님의 사랑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며 주님을 기다렸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르코 1: 7-8)

  우리 본당 식구들도 이번 대림시기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듬뿍 체험하고,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길 바랍니다. 대림은 기쁘고 설레는 때입니다. 주님께서 사랑을 듬뿍 안고 우리에게 오시기 때문입니다.

  “보라, 시온 백성아. 주님이 민족들을 구원하러 오신다. 주님의 우렁찬 목소리를 듣고, 너희 마음은 기쁨에 넘치리라.” (이사 30,19.3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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