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4월 14일

바로 어제 부활주일을 지낸 듯한데 오늘 부활 세 번째 주일을 맞이합니다. 목련이나 벚꽃은 이미 만개하고 지기 시작하는 데 부활을 맞아 기도 뜰에 심은 튤립은 이제야 노란색 빨간색 꽃을 펼칩니다. 아마도 올해는 부활이 예년에 비해 빨리 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사월의 완연한 봄을 만발한 봄꽃들의 향연으로 즐기듯이, 부활의 기쁨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어느 시인이 봄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반칠환]

 

나이가 들면서 둔해지는 것은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머리를 쓰지 않으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지나간 경험과 지식만으로 현재를 보려니 점점 완고해지는 머리는 과거에 머물러 둔해질 수밖에 없지만, 사실 온고지신의 지혜로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알려는 노력을 하는 이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배려는 학생의 노력으로 오늘 미래를 살아가니 생기가 납니다.

 

우리 가슴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것을 점잖다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정 표현에 대해 가볍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생활을 많이 할수록 감정표현이 적어지고, 반면 엄하게 잘잘못을 지적하려는 경향이 늘어납니다. 그러니 감정이 무뎌지고 삶이 메말라갑니다. 그러다 보면 술기운에 한을 풀고 감정을 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술 핑계를 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이야기로 어느 별에 사는 술주정뱅이에게 왜 술을 마시냐는 어린 왕자의 물음에 그는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그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고 고백합니다. 그의 이런 대답에 어린 왕자는 어리둥절해하며, ‘어른들은 참 이상해!’라고 혼잣말을 하며 떠나갑니다.

 

두근거림은 사춘기나 젊은이만이 전유하는 감정이 아닙니다. 남녀노소 모든 살아있는 사람의 살아있는 감정입니다. 그렇기에 두근거리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며 감사해하는 마음이 오히려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나아가 넉넉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해줍니다.

 

화단의 꽃을 보면서 봄이 왔나보다 하고 지나가기보다 잠시 시간을 내어 꽃을 바라보면 자신도 모르게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되고,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계절을 온전히 즐기는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세상은 역시 아름답다는 감탄과 함께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올 것입니다.

 

부활절이 봄에 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언 땅을 녹이고, 마른 땅이 봄비로 축축해지면 새싹이 돋고 마른 가지에 물이 올라 꽃이 피고 잎이 돋는 봄에 수난을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부활은 바로 봄의 신비가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는 신비인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삶의 신비입니다. 이 신비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슴이 설레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것이 부활의 기쁨입니다.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는 시인의 고백이 오늘 우리의 고백이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에 낙담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시고 그들과 함께 식사할 때, 제자들은 놀라움을 넘어서 두근거리는 가슴에 어쩔 줄 몰랐을 것입니다. 이는 기쁨의 두근거림이며, 희망의 두근거림입니다. 오늘 여러분도 넉넉한 마음으로 주님의 부활에 가슴 두근거려지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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