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3월 10일

어느덧 사순 시기를 시작하고 4번째 주일을 맞이합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사제가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함께 재를 우리 이마에 바르고 시작한 사순의 기도와 단식 그리고 자선을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시간입니다.

  물론 성당 차원에서 매주 금요일 성체 현시와 강복, 십자가의 길 그리고 여러 신부님을 모시고 특강을 듣고 있지만, 매주 참석 인원은 100명 정도로 주일 참석인원 10분의 1 정도도 안 됩니다. 본당신부로서 볼 때, 안타깝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러한 기회를 통해 아버지 하느님처럼 더욱 완전해지고, 더욱 자비로워지길 바라는 욕심이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적인 욕심이 아니라 예수님의 욕심을 가져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복음을 믿어 주님의 은총을 받고 기뻐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욕심입니다.

  오늘 복음도 분명히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요한 3: 17)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이는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심판을 받지 않고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힙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재미있는 말씀은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3: 18)고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심판을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3: 19)

  믿지 않는 이들은 어둠 속에 머무르고 빛으로 나오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어둠 속에 가두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어둠의 자식이 된 것입니다. 빛이 온 세상을 밝게 비추지만, 그들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둠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입니다.

  성회를 보면 지옥을 불길 속에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표현하여 섬뜩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 지옥은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는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으니, 암흑의 세계이고, 사랑이 없는 세계입니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서로 도와주지도 않은 절망의 세계가 바로 지옥입니다.

  어둠의 자식이 될 것인가 아니면 빛의 자녀가 될 것인가 하는 결정은 자기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이는 하느님도 예수님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를 빛으로 인도 하실 뿐입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그분께서 인도하는 길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어떤 표징을 보여줘도 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믿는다고 고백하여도, 말뿐이고 말씀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마치 빈 수레의 요란한 바퀴 수리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사순 시기에 아주 작은 것부터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단식이나 금육이나 몇 단의 묵주기도를 넘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핀잔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 주는 넉넉한 마음이 절실합니다. 다른 생각을 말할 때, 부정이나 비난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면 됩니다. 만약 그 사람이 틀렸으면 내가 비난하거나 심판하지 않아도 오늘 복음 말씀처럼 스스로 어둠 속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일 오후에 사순 피정이 있습니다. 로마에서 교부 신학을 공부하신 장재명 퍼트리시오. 신부님의 강의로 사순의 의미를 더욱 깊게 느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주님의 복음에 더 가깝게 변화되길 기도드립니다. 회개하여 복음을 더욱 깊게 깨닫고 우리 일상에서 그 말씀이 자연스럽게 녹아나길 기대합니다.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요한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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