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4년 4월 21일

부활 제4주일을 맞이하면서 봄도 더욱 무르익어갑니다. 이른 봄소식을 알린 벚꽃이 지고 이제 오월을 준비하는 듯 봄비에 메마른 장미 가지에 물이 오르고 새순이 죽순처럼 빨리 자라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봄이 무르익으며 부활의 은총도 우리 삶 안에서 무르익어 꽃망울이 맺히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매년 부활 넷째 주일은 성소 주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성소는 하느님의 종으로 부르심을 말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성소는 사제 성소와 수도자 선교사 성소를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21세기 물질만능 주위가 만연한 시기에 신앙적 가치가 예전과 같지 않기에 성소에 관한 관심은 많으나 실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젊은이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성소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성소를 발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의 기도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지난 주일에는 메리놀 선교회 미주 원장 신부님인 김학범 알퐁소 신부님께서 선교의 중요성과 이에 따른 우리의 선교 참여에 대해 당신의 경험과 함께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선교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선교사도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선교사의 중요성은 우리나라 교회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톨릭교회의 시작은 선교사의 선교 없이 자생한 교회이지만, 이 교회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파리 외방 선교회의 선교사 신부님들의 희생으로 자라날 수 있었고, 훗날 아일랜드의 골롬반 수도회와 메리놀 선교회의 헌신적 선교의 도움으로 한국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선교는 예수님의 마지막 사명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제자들을 만나고 40일 만에 하늘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하신 마지막 명령이 선교입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16)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17)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오 28: 19-20)

  우리 믿는 이들은 누구나 이 선교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하여 삶을 선교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다만 모든 이가 그렇게 살 수는 없으니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이들이 이 성소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하느님의 부름에 답할 수 있도록 관심과 기도와 응원으로 도우며 선교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두고 기도하며 더 많은 성소가 나오길 기도하며 응원해야 하는 또 다른 성소가 수도자 성소입니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겸손하게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이 허상이 아님을 드러냅니다.

  수도 생활은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처럼 기도와 일을 하며 하느님 사랑의 공동체를 살아갑니다. 각 수도회는 각자 영성이 있어서, 그 영성에 정진하며 수도 생활을 합니다. 예를 들면 가난한 이를 도우며 그들과 함께 생활 하는 수도회가 있는가 하면, 세상과 완전한 격리를 통해 기도와 자급자족을 통해 청렴하게 온전히 하느님 말씀에 맞갖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수도회가 있습니다. 농담으로 하느님도 우리 교회에 얼마나 많은 수도회가 있는지 모르신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수도회의 기도를 먹고 자란다고 말합니다. 수도회의 기도와 삶의 모습이 모두에게 귀감이 되어 세속적으로 변하는 교회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회는 교회라는 나무가 세속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땅속 깊이 자란 뿌리와 같습니다.

  교구 성직자 성소는 사제와 부제로 나누며 세상에서 하느님의 양들을  푸른 풀밭으로 이끄는 목자처럼 주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며 그 말씀대로 살아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목자입니다. 그래서 세제를 사목자라고 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갈릴래에서부터 예루살렘까지 다니시며 수많은 군중에게 복음을 전하고 치유하며 보여주신 목자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착한 목자’라고 칭하십니다. (참조 요한 10: 11) 나아가 착한 목자의 조건은 바로 양들을 위해서 자기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착한 목자에게 양들은 자기 목숨과 같이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자식에 대해 잘 알듯이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에 관해 잘 압니다. 또한 양들도 자기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릅니다.

  하느님께서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당신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낸 것은 바로 그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도 지키려는 사랑이 바로 아버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친밀한 관계를 말합니다. 서로가 아는 관계입니다. 목자가 자기 양을 알고, 양이 자기 목자를 아는 것처럼 서로 친밀한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제 성소는 바로 이러한 친밀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끄는 착한 목자를 지향합니다. 그래서 성소는 직업이 아닙니다. 삶 그 자체입니다. 사제는 직업이 아니기에 교회도 직장이 아니라 삶의 터전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양들이 언제나 쉽게 드나들며 쉬고 성체로 자라나 세상에서 빛으로 또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터전입니다. 사제는 목자로서 그 터전을 푸른 풀밭으로 잘 가꾸어야 합니다. 양들이 언제든지 와서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성소는 하느님의 부름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양들이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듯이 성소를 알아차리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목자에게 귀를 기울이듯이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느님께 귀를 기울이는 방법은 바로 기도와 사랑 실천입니다.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랑을 실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 목소리가 바로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르는 것이 바로 성소를 따르는 삶입니다.

  나아가 현실적으로 성소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성소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누군가가 그들에게 사제 성소를 권유하였다는 것입니다. 그 권유에 누군가는 귀를 기울여 듣고 곰곰이 생각하고 기도하며 성소를 키워나갑니다. 그 권유가 바로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목소리가 되어 주변의 젊은이에게 성소의 삶을 권유하고 그를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성소의 자격은 하느님께서 아십니다. 성소의 자격은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능성을 믿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은 예수님을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4: 11) 사제 성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판단하여 저 사람은 신부가 될 수 있고, 저 사람은 신부가 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심판하면 안 됩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누구에게나 성소가 있습니다. 다만 그 목소리를 들을 귀가 있는지 없는지 하는 문제와 들을 귀가 있지만 따르지 않는다면 그 성소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두에게 말씀을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의 권유가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은 그를 좋은 삶으로 인도하고, 나쁜 말은 그를 나쁜 삶으로 이끄는 저주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성소를 권하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을 바꾸어 세상을 구원하는 엄청난 일입니다.

  오늘 성소 주일을 맞아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성소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응답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많은 착한 목자가 나와 우리 교회를 더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은 교회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회는 철학적 지식이나 지혜가 아니고, 교리의 가르침을 따르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만남입니다.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사랑 이야기가 넘치는 이벤트입니다…그렇게 교회는 우리 삶에 더 넓은 가능성으로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인도합니다.’

  사제는 바로 이러한 삶으로 이끄는 ‘목자’입니다. 예수님처럼 모든 사제가 ‘착한 목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또 더 많은 성소가 나와 미래의 교회를 사랑으로 이끌 수 있도록 날마다 기도하고 응원하고 초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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