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10월 29일

어느새 시월의 마지막 주일이며, 연중 제30주일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연중 시기의 끝도 다가옵니다. 이에 따라 복음도 점점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마지막으로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오늘의 복음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형식은 율법 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물어본 질문이지만, 그 답은 우리의 신앙의 가장 중심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는 이유와 구원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바로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는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마태오 22: 37-40)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신학교에서 ‘신약 개론’ 첫 시간에 교수 신부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성경을 모든 내용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많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하느님, 예수님, 그리스도, 구원, 세례, 회개, 용서……등등” 각자 아는 대로 한마디씩 합니다. 이에 교수 신부님은 씩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말한 단어가 다 좋지만,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한마디로 성경을 요약하면, ‘사랑’이다. 성경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 말의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시작되었고, 마무리도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 아니었으면 인간 창조도 없었고, 하느님의 말씀을 어겼을 때 구원의 축복을 주시지도 않았고, 더더군다나 당신의 외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시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구약의 모든 이야기는 바로 사랑 이야기입니다. 구약 성경 중에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여 바람을 피운 아내에게 돌아오길 바라는 남편의 이야기에 비유한 호세아의 이야기는 대표적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시어 계속 바람피우는 배우자 같은 사람들을 용서하며 당신의 말씀대로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십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진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를 더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언제나 집니다. 아무리 잘못해도 잘못했다고 회개하면 용서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어떻게 하면 용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외아들까지 보내시어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랑을 감사하며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서로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구원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랑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코린도 13: 4-7)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우리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이와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이 우리를 환란에서 구하고 평화를 가져다주며, 함께 더불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느님 나라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이러한 사랑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시기하고 반목하고 미워하여 파괴적인 싸움을 벌이는 멸망의 길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유일한 길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비극이 자신만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면 그렇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나, 하마스 이스라엘 전쟁이나, 22명이나 희생시킨 메인주의 살인마나…또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마치 악처럼 여기는 정치풍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기도 할 때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관계 안에서 회복을 위한 지향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적어도 이 기도의 지향이 우리 공동체 식구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모든 이가 바오로 사도의 사랑처럼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우리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도 그 노력을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앙에 자긍심을 갖고 매일 조금씩 더 노력하는 공동체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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