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10월 15일

 어느새 아름다운 시월의 중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연중 제28주일을 맞아 오늘은 본당 바자회 잔치를 벌입니다. 즐겁고 흥겨운 잔치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오늘 바자회를 준비하며 날씨 때문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비는 토요일에만 온다는 예보였는데, 주일이 다가오면서 오늘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떴기 때문입니다. 사목회장과 더불어 강행해야 할지 접을지를 고민하면서 날씨를 계속 보고 혹시나 비가 올 때를 대비해 대형 천막을 칠 준비까지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일기예보는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오전에만 잠시 비가 흩뿌리고 맑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기쁜 소식에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기예보에도 동요하지 않고 본당을 위해 차근차근 바자회를 준비한 제 단체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바자의 백미인 김치 담그기를 주도하는 로사리오 회가 일기예보에 동요 없이 열심히 준비해 주셨고, 이에 안나회, 효주회, 어머니회 회원들과 더불어 여러 단체 회원들이 합심하여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각종 김치류가 우리 본당 식구들을  밥상에서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고대에는 왕의 자격이 날씨에 달렸다고 합니다. 필요한 때 알맞은 날씨를 맞이하게 하는 것이 바로 왕의 능력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필요할 때, 비가 와야 하고, 화창한 날씨가 필요할 때, 화창한 하늘이 드러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왕을 쫓아냈다고 합니다.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주님의 은총으로 오늘 햇살이 우리 본당을 환히 비춥니다.

  바자회는 언제나 흥겹습니다. 사람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고, 특히 올해는 오십 주년을 맞아 주일학교 장기 자랑을 더 해서 흥겨운 마당도 있고……지난 4월부터 시작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오늘 주일 복음이 공교롭게도 “혼인 잔치”에 관한 말씀입니다. 인류지대사에 혼인 잔치처럼 큰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것으로 비유하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혼인 잔치는 참 성대하고 기쁘고 즐거운 잔치입니다.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하객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나아가 모든 하객도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기적을 일으키신 곳이 바로 혼인 잔칫집이었습니다. 그곳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성모님의 부탁으로 물을  아주 맛있는 포도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그렇게 잔치의 흥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게 해주십니다. (참고 요한 2장)

  이렇게 하느님의 나라는 혼인 잔치와 같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혼인 잔치에는 모든 사람이 초대됩니다. 신랑 동네 사람들과 신부 동네 사람들 모두가 초대되어, 두 동네가 하나가 되는 잔치입니다. 혼인 잔치에는 소외되는 이들이 없습니다. 잔치에 참여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초대받은 이의 문제입니다. 혼인하는 부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잔치에 참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임금인 신랑의 아버지는 모든 사람을 당신 아들의 혼인 잔치에 초대하시어 잔치를 즐기라 합니다. 그런데 이 초대에 응하지 않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임금 아들의 혼인에는 관심이 없거나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초대받은 이들이 혼인 잔치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이 먼저였기 때문이고, 싫어하는 이들은 소식을 전하는 종들을 때려죽였습니다. 이에 임금은 화가 나서 그들을 없애버립니다.

  그리고 대신 고을 어귀로 나가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초대합니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와 잔칫방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참고 마태오 22: 1010)

  오늘 우리가 모두 혼인 잔치에 초대받듯, 본당 바자회에 초대되었습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장기 자랑과 함께 즐기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가 지날 때 모두가 넉넉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기대합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