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9월 17일

어느새 9월 중순을 넘어 하순으로 넘어갑니다. 그새 찜통 같던 기온이 쌀쌀한 날씨로 급변하여 이제는 여름옷을 정리할 때가 왔습니다. 계절이 변할 때 우리의 마음도 복잡해집니다. 어떤 이는 여름을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하고, 또 어떤 이는 가을이 다가옴을 기뻐합니다.

  그런데 아쉬워하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는 중간 어디쯤에서 어정쩡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데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꿈을 버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 같습니다. 매일 부닥치는 일상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매번 자신의 현재 상황을 나 이외의 모든 것에 전가합니다.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못하면서 생각은 언제나 남 탓을 하는 것입니다.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못하는 삶, 현재를 즐기지도, 그렇다고 떠나지도 못하는 삶, 꿈을 갖기에는 현실이 너무 무겁다고 한탄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감정 쓰레기를 버리는 삶……

  예수님은 매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며 치유해 줍니다. 그리고 말씀을 듣고 치유를 받은 그들에게 서로 치유해 주라고 명하십니다. 그러나 끼리끼리 치유하고 용서하며 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람, 즉 이방인, 소외당한 이들, 그리고 약한 이들도 치유하라고 확고하게 명하십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모든 사람이 말씀의 대상이고, 치유의 대상입니다. 우리가 매일 다니는 길은 매일 같지 않고 다릅니다. 만나는 이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입가와 미소와 슬픔, 눈가에 맺히는 웃음과 감동과 눈물을 통하여 매일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하고, 설레게 하고, 위로하며 치유해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마음이 매일 새로워 질 때 가능합니다. 이는 매일 기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기도는 주저리주저리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간단해도 순간의 느낌을 솔직하게 주님께 말해도 충분한 기도가 됩니다.

  우리 삶의 가장 큰 적은 기계처럼 살아가는 무감각한 일상입니다. 바리사이가 문제인 것은 바로 율법을 기계처럼 지키고, 기계처럼 남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은 잊힌 지 오래였습니다. 배고픈 이와 배부른 이의 심정이 다르다는 것을 상관하지 않습니다. 아픈 이와 건강한 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무감각한 삶은 그들을 완고하게 만들었고, 완고한 마음은 모든 것을 그들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심판하고 단죄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용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는 이렇게 여쭤봅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먀태오 18: 21)

이 질문에 예수님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를 빚 탕감을 받은 어느 이기적인 사람의 비유를 통해 알려주십니다.

  결론은 우리가 이미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하느님께 용서받았으니, 우리도 그렇게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이기적인 망각이 문제입니다. 내가 받은 것은 기억이 없는데, 받을 것은 잊히지도 않습니다. 내가 잘한 것은 잘 기억하는데, 잘못한 것은 잘 기억 못합니다. 내가 받은 복은 당연한데, 내가 받는 벌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상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통된 현상입니다.

  예수님은 자주 혼자 외딴곳에 가시어 기도하시고 난 후, 제자들과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사람을 찾아 떠납니다. 우리도 매일 우리 생각 속 외딴곳에 머무르는 생각을 찾아 반추하며 하루를 돌아보면 다음 날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날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날, 새로운 길을 떠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그러면 용서해 준 것보다 용서 받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불행한 것보다 행복할 이유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어느새 가을이 다가옵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을이 오는가보다 하고 지나치기보다 지나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다가오는 가을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매일 새롭게……붉게 영글어 가는 대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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