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8월 20일

오늘 연중 제20주일을 맞이합니다. 연중시기의 3분의 2가 지나가고, 여름도 3분의 2가 지나갑니다. 이제 여름을 갈무리할 때가 옵니다. 아직 여름을 즐기지 못한 분들은 남은 여름 열심히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습하고 무더워서 고생하신 분은 다가오는 9월의 하늘을 기대할 만하겠습니다.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하려고 하면…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는 우리의 믿음이 가장 절실합니다. 믿음은 의지가 되고, 의지는 행동이 되어 믿는 바를 만들어 냅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패가 우리의 삶을 가로막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좌절이 찾아옵니다. 좌절에 의해 믿음이 개구쟁이가 던진 공에 맞아 깨진 창문처럼 산산이 깨져버리기가 일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찾아온 딸아이의 엄마는 마귀에 들른 딸을 구하기 위해 절실합니다. 절실함을 이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을 것입니다. 그러나 딸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절실함과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찾아갑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마태오 15 : 22)

  사실 아이 엄마는 유다인이 아니라 가나안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분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은 딸을 구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그 여인을 예수님께 이끌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이방인인 가나안 부인의 믿음은 유다인의 신앙 전통 율법을 지키는 예수님의 마음을 바꾸어 버립니다. 유다의 자손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모진 말로 상황을 설명한 것입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15 : 24, 26)

  여인은 예수님의 모진 말씀에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강한 믿음으로 예수님께 청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어느 믿음도 이렇게 고백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아이의 엄마의 절실함은 참으로 큰 믿음을 갖게 하였고, 그 믿음은 예수님의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15 : 28)

  이방인 여인의 절실함은 물론 딸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으로부터 나왔습니다. 절실함이 믿음을 키웠고, 믿음은 인내와 겸손의 실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겸손한 인내로 좌절을 이기고 예수님을 치유의 은총을 받았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시라는 믿음이 아닙니다. 내가 절실히 필요한 것을 이루어 주시는 분입니다. 주님이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시는 때에 이루어 주십니다. 그러므로 절망과 분노가 아니라 마음을 주님께 열어 주님의 말씀을 듣고 믿어야 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이방인도 치유하신 예수님은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에 대한 사랑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여름도 이제 점점 사그라지고 가을이 다가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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