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7월 16일

오늘은 연중 제15주일입니다. 어느새 7월 중순으로 장마철같이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져 에어컨이 안 되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모두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한국 교회에서는 7월 3번째 주일인 오늘을 농민 주일로 지내어 농민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농업과 농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날이라고 합니다. 옛말에도 ‘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농사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식을 담당하기에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먹고 산다는 것만큼 절실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고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농사가 풍년일 때 많은 이들이 배를 곯지 않고 넉넉히 먹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적 중에 가장 중요한 기적이 바로 오병이어입니다.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시고도 몇 광주리의 음식이 남은 사건은 우리 구원 신앙의 중심입니다. 바로 성체성사의 골자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무고한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밀 생산량의 축소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공장’이라 불릴 정도의 밀 곡창지대입니다. 그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 주변의 모든 국가가 불안해하는 요인 중의 하나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요즘의 고도로 산업화한 사회에서 농사는 하찮은 노동집약적 1차 산업에 불과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농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삶의 가장 기본은 일용할 넉넉한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먹기 위해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고기가 목장이 아니라 공장에서 배양되어 나오기도 하는 세상이지만, 농사는 우리 삶의 기초 산업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농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절기입니다. 씨 뿌릴 준비할 때, 씨 뿌릴 때, 김맬 때, 기다릴 때, 그리고 수확할 때…이런 때를 잘 아는 것이 농사의 가장 기본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장 좋은 씨앗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때를 알아도 씨앗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씨앗도 모두가 썩어 없어지지 않고 잘 발아할 수 있는 씨앗이 좋은 씨앗입니다. 좋은 농부는 수확 때 가장 좋은 열매를 다음 해의 종자 씨로 남겨놓고 찌그러진 열매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소중한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마음은 모든 씨앗이 막 간 땅에 떨어져 모두가 싹을 틔우고 자라나 좋은 열매를 맺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런데도 갈지 않은 땅에도 떨어지고, 자갈밭에도 떨어지고, 길에도 떨어집니다.

  농부의 관심은 결국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기 위해 잘 간 땅에 뿌려지지 않은 씨는 결국 자라더라도 농부의 관심 밖입니다. 농부는 좋은 땅에서 자라나는 작물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들려주시고, 툭 던지듯 무심하게 한마디 하십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마태오 13 : 9) 무심한 듯한 이 한마디에 담기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농부의 마음입니다. 모든 씨앗이 좋은 땅에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 그 씨앗이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마음……귀 있는 사람은 좋은 땅입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길처럼 완고하거나, 자갈밭처럼 대충 듣거나, 가시덤불처럼 유혹에 빠지는, 그러한 땅은 농부의 관심 밖입니다. 다만 농부는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에 모든 정성을 다하여 가꿉니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우리 각자는 좋은 땅입니다. 그리고 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오늘 오후에 있는 50주년 기념 ‘성경 골든벨’ 참가자 모두가 좋은 성적을 올리리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 응원하는 분들도 골든벨 문제를 같이 풀다보면 더 많은 성경지식과 교회 상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번 골든벨의 목적은 성경과 교리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입니다. 더 많이 공부하여 열심한 기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성경과 교리 지식으로 이웃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좋은 제자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귀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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