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6월 11일

오늘은 연중 10주일이면서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지난 며칠간 캐나다의 산불로 인한 연기로 불편하고 걱정스러운 날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연기가 가셔서 다시 맑아진 공기가 고마울 뿐입니다.

  특히 오늘 야외 미사를 준비하며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는데 문제 없이 시작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연을 극복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면서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자연히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역량 밖의 것에 대한 기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기도는 우리를 겸손하게 하고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유를 줍니다. 상황을 받아들이면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하면 해결책을 찾기보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됩니다. 문제 해결은 요원해지고, 문제만 더욱 커질 뿐입니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내면서 성체 성혈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수난과 죽음을 준비하시면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면서 성체 성혈의 성사를 제정하시며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기억하라는 것은 당신의 말씀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따라 행하신 치유의 기적을 믿으라는 것입니다. 말씀은 이것입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복음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성체 성사는 이를 기억하여 우리의 삶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변화시키는 성사입니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듯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변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변화의 신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믿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을 믿더라도,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가 예수님의 몸이 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분이 참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우리를 위하여 수난 하시고 돌아가신 후 사흗날에 부활하시어 하늘로 승천하시고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성령께서 우리 안에 살아계시다는 사실을 깨닫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이미 우리 안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믿지 못하기에 그 시작은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그런데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을 간과합니다. 구원이 멀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체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의 현존입니다. 예수님의 현존이며 우리 구원의 구체적 표징입니다. 우리의 변화의 구체적 표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변화를 믿지 못하면 애벌레가 나비가 되었지만 날지 않고 기어다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늘 헥셔(Heckscher) 주립 공원에서 연례행사로 야외에서 성체 성사를 드립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듯 우리도 성체와 하나가 되어 주님의 사랑이 우리 각자의 가슴에서 살아 숨 쉬며 우리 각자의 위대한 변화를 인식하기를 바랍니다. 이는 함께 성체를 모신 모두가 거룩하다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서로 믿고 격려하며 배려와 자비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고통을 피하며 쓰러지지만, 고통을 받아들이면 치유가 된다는 사실이 바로 성체성사의 비밀입니다. 우리 모두가 거룩하게 변하는 신비의 비밀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모두가 예수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며 기쁨이 넘치는 주일을 만끽하길 기도드립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넉넉한 마음으로 입가에 빙그레 웃는 미소가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거룩한 성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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