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10월 9일

오늘은 연중 제28주일입니다. 아름다운 시월의 둘째 주일입니다. 지난 첫 주일은 비바람으로 거칠었는데, 이번 주일은 완연한 가을입니다. 점점 그림자가 길어지고 햇살이 따사로워 포근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도 좀 있으면 낙엽이 지고 길어진 그림자는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바람풍선 같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이 찾아올 겁니다. 겨울이 오기 전 이 가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기도하고 많이 웃고 즐기며 감사하는 가을을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우리 본당도 시월이 되니 더욱 바빠집니다. 다가오는 바자회도 그렇고, 22일 토요일 워싱턴 무염시태 대성당으로의 순례도 그렇습니다. 물론 23일 주일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에 대한 특강이 있습니다.

  바자회 준비로 각 단체가 분주합니다. 일상의 분주함과 봉사로 분주한 나날이지만 가을의 햇살을 맞으며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신앙의 기본은 기도입니다. 기도로 시작합니다. 간절한 간청의 기도 뿐만아니라 투덜거림의 기도, 기쁨을 하느님과 나누는 기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가족이 다 모였을 때, 하루를 갈무리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기쁜 날에 기쁨을 감사드리고, 힘든 날에는 그 고단한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드리는 일상이 우리의 삶을 넉넉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빙그레 웃는 얼굴로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의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마리아 땅을 지나는 예수님께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이 찾아와 치유를 간청합니다. 그들의 기도는 간절했고 절실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그들의 기도를 들어줍니다. 그렇게 치유를 받은 사람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고 단 한 사람, 유대인들이 더럽고 부정하다고 멀리하는 사마리아 사람만이 되돌아와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대목에서 다른 9명 중에 유대인이 있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그 유대인들이 사마리아 땅에서 구걸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유대 땅에서도 쫓겨나 갈 곳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비참한 삶을 살아가다 다시 삶을 얻었는데 아무도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도 감사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은 화장실은 꼭 필요한 곳이고 이에 대한 고마움입니다. 그렇기에 다음을 위해 최대한 깨끗하게 관리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도가 감사의 기도입니다. 이는 언제나 힘들 때만 찾는 하느님의 이름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살아가는 이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 우리는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 관계를 가장 돈독하고 믿음이 가게 가꾸는 영양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 사이에 사소한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 마음을 표현하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자존심이 꺾이는 작은 사람이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큰 사람인가를 드러내는 마음입니다. 감사는 비굴함이 아니라 여유로움이며 관대함입니다.

  우리는 지적은 잘하면서 감사의 말은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기도로 표현하듯이, 우리 가족들과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자주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돌아와 예수님께 감사드린 그 사마리아인과 같이 깊은 믿음의 소유자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그림자가 점점 더 길어집니다. 늘어나는 감사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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