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3월 20일

오늘은 사순 시기 제3주 주일입니다. 지난 주중보다는 쌀쌀하지만 봄은 봄입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약화로 이번 봄은 좀 더 따듯하고 상쾌한 봄이 될 것 같습니다. 아침 기도 뜰에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예전보다 더 상쾌하게 들리는 이유일 것입니다.

  정원의 수선화가 싹을 틔우고, 나무들의 눈에 새싹이 돋고 있습니다. 이 년 전 3월 15일 주일 미사 후 급작스럽게 사회 격리로 주일 미사도 없이 사순 시기와 부활을 컴퓨터 스크린으로 참례하였었습니다. 이때 가슴을 누르는 말은 이상화 시인의 조국을 일제에 빼앗기고 비참한 심정을 노래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였습니다.

  조국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의 삶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저항은 결국 조국의 광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같이 신앙을 잃지 않고 더욱 강한 믿음과 사랑으로 코비드 팬데믹을 이겨내고 이제 그 끝을 보는 듯합니다.

  우리 본당 식구 여러분, 지난 이년 간 잘 견뎌내셨습니다. 힘든 시간 두려움과 답답함과 걱정을 신앙으로 이겨낸 여러분께 이 봄의 희망찬 기운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코비드 19 바이러스에게 빼앗긴 들에 봄이 오는 소리가 청명한 하늘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 새들이 노래하고 새싹이 새 생명의 기지개를 켜듯 우리도 그동안의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일상을 시작할 때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는 자신의 인내를 시험하며 세상적 유혹을 이겨내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바로 부활의 의미입니다. 즉 이번 사순 시기는 다른 여느 때와 달리 부활을 준비하는 때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매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동안 두려움과 걱정으로 견뎌온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과 의지를 만들어 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인 것처럼 새날을 기다리기보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 씨앗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오늘 하느님의 말씀인 자비와 사랑을 실천할 기회입니다. 성당 친교실에서 매년 사순 시기 때마다 실시하는 헌혈 행사가 있습니다. 코비드로 많은 이들이 헌혈을 하지 못하여  병원에서 피가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의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자비의 실천입니다.

  이 행사에서 우리는 다는 어는 공동체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헌신적인 사랑의 실천을 통해 우리 공동체의 사랑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또한 오늘 오후 볼리비아 선교를 위한 세 신부의 음악 콘서트가 본당 성전에서  2시 반부터 있습니다. 콘서트의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고 어지러운 마음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면 참 좋겠습니다. 물론 세 신부님들의 노래가 어느 유명한 가수처럼 엄청나지는 않지만 진솔한 신앙의 고백 같은 노래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이는 우리 주님 예수님의 바람이기도 하며 이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것입니다.

  주님의 사랑에 갈망하는 여러분이 우리 공동체의 신앙을 통해 조금이라도 갈증을 축이며 내일의 희망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오늘 마른 가지에서 날아오르는 새의 상쾌한 날갯짓에 이는 바람에 상쾌한 봄의 은총이 얼굴을 스칩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