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3월 13일

어느새 사순 제2주 주일을 맞이합니다. “어느새”라는 말은 어느새(?) 일상의 단어가 되어갑니다. 일상의 시간이 너무 빨리 달려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쏜 살과 같이 빨리 날아간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그러니 시간의 속도는 자신의 나이와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라는 말이 생경하던 시절이 있습니다. ‘어느새’ 보다는 ‘아직’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면서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서 답답해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아직’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지루함’과 ‘조급함’입니다. 어릴 때는 결과 중심의 생각 속에서 살아갑니다. 결과를 위해 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과정이 답답하고 지루하고 힘들기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답답하던 시절에서는 어떻게 하면 빨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입니다. 과정을 짧게 하고 결과를 결과 지향적 삶이 어린 시절의 삶입니다. 결과 지향적 삶을 살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결과 지향적 삶이 아니라 과정과 결과를 모두 중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과정이 옳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바로 올바른 삶의 과정을 깨닫는 시기입니다.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행복한 삶을 위한 삶의 과정이 우리 삶의 여정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남의 행복을 짓밟는다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만 열심히 살면 된다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면 다 된다면? 등등 이러한 질문을 하다 보면 예수님의 말씀의 진의를 깨닫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이렇게 우리 일상의 이기적인 생각을 곱씹어보는 시간입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성찰을 하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삶의 비밀을 깨닫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나 혼자 행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힘으로 남 위에 군림하고 세도를 부린다면 결과적으로 불행하게 됩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약한 이를 누르고, 끼리끼리 모여 서로 반목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을 무시하는 경우가 바로 목적을 위해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그 결과는 언제나 불행해집니다.

   예수님은 과정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하느님의 길을 가면 그 결과는 당연히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웃과 나누고 이웃을 돕는 것이 당장 자신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이 되게 맞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배가 아파도 다시 곰곰이 생각하면 당연히 축하할 일입니다. 사돈이 부자가 되면 내 자식들에게도 좋은 일이니까요.

   근시안적인 생각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멀리 보며 생각하면 예수님의 말씀이 불가능한 이상향을 향한 말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편타당한 말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산에 오르시어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신의 진정한 정체 즉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십니다.

   이 엄청난 장면에 놀란 제자들은 예수님께 그냥 그 산에 남아서 살자고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루카 9: 33)  나아가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고 성경은 설명합니다.

   우리도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며 당장의 현상만 보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천천히 여러 상황을 살펴보고 그 목적을 생각하면 더 정확히 상황을 깨닫게 되는데 말입니다.

   베드로는 지극히 정상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신비로운 곳에 주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9: 35)

    사순 시기를 사순 여정이라고 자주 표현합니다. 이는 우리 삶의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이 여행은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고, 이웃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나 혼자만의 행복이 아니라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예수님의 말씀과 삶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다 함께 깨닫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 지루하고 초조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을 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이 너무 좋아 어느새 한 주가 지나버려서 아쉽고 안타깝다는 느낌이 드는 행복한 사순 시기를 맞이하길 기도드립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