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2월 20일

연중 제7주일 2022년 2월 20일입니다. 지난 몇 주간의 한파가 가시고 이제 봄의 기운이 완연합니다. 이제야 입춘이 벌써 지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가오는 봄과 함께 오미크론 변이 이후 점점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더욱 약한 바이러스 변이가 나와 완전한 종식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지속적인 방역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과 함께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용기가 만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 조심하며 우리의 일상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지속적으로 미사 중이나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일반 단체들의 실내 모임은 가능합니다

  오늘의 복음은 지난 주일에 이어 루카 복음의 ‘평지 설교’입니다. 이는 마태오 복음의 ‘산상 설교’처럼 하느님의 사랑의 교훈을 가르치십니다. 그 내용은 비슷한데 장소가 대조적입니다.

  마태오 복음의 예수님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의 십계명을 받아 온 것처럼 산 위에서 군중을 가르칩니다. 하느님의 권위가 돋보이는 장소입니다. 이는 마태오 복음의 독자가 대부분 유대인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정체와 권위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돋구기 위한 설정입니다.

  반면에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군중을 가르치기 위해 평지로 내려오십니다. (루카 6: 17) 예수님은 군중과 함께 서서 그들을 가르치십니다. 평지에서 군중과 함께 계신 예수님의 모습은 바로 유대인들이 아닌 그리스 로마 계통의 이방인들에게 친근하고 따듯하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시는 하느님을 느끼게 합니다. 실제로 루카 복음의 행복과 불행 선언은 영적인 행복이기보다 현실적 행복을 선언합니다: 슬퍼하는 이들, 가난한 이들, 굶주린 이들의 행복을 선언합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행복과 불행 선언 후에 오늘 복음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이상적 인간관계를 가르치십니다.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원수 사랑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실 우리네 관계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와 반대입니다. 우리에게 잘하는 이에게 더 잘하게 되고, 친절한 이에게 더 친절하게 되고, 사랑해 주는 이를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배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고, 저주하는 이를 축복하고 학대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이유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따르며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저 매일 무사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아니라, 고난이나 고통을 무릅쓰고 우리 삶을 좀 더 행복하게 개척하고 가꾸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현실과 이상이 날실과 씨실이 되어 교차되는 삶의 모습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제 서서히 겨울이 지나가고 주님과 함께 봄을 준비할 때입니다. 오늘의 복음이 다가오는 봄의 향연을 예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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