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2년 1월 30일

오늘은 연중 제4주일이며 1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어느새 새해도 한 달이 지나갑니다. 올해에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고민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 음력 설을 기다립니다.

  1월 한 달도 지난달에 시작한 오미크론 변이로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 달은 진정세로 돌아간다고 하니 기대해봅니다. 그래도 계속 방역에 신중을 기하고 조심하며 일상 생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설날을 바라보며 바라는 마음은 역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그런데 자유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마치 겨울마다 찾아오는 독감처럼……

  지난 화요일 비대면으로 한 단체장 회의에서도 그동안 오미크론 변이의 창궐로 잠시 중단한 단체 회의 등 일련의 행사들을 조심스럽게 재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복음인 루카 복음의 4장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루카 4: 21) 라고 선포하십니다. 루카 복음의 특징은 바로 “지금”에 관한 복음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일 이루어지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입니다. 오늘 구원이 완성되지 않지만 그 시작은 바로 “지금”입니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 할 일이지만, 구원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입니다. 오늘 우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예수님의 선포는 우리의 믿음으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은 말씀하시고 우리는 듣고 이를 믿음으로써 그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이들의 자격은 따로 없습니다. 모두가 초대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구원의 자격은 그 말씀을 듣고 믿는 이들에게 있습니다. 거기에는 바리사이도 사두가이도 없습니다. 따로 선택받은 이들도 없습니다.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자손인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이유는 그들만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직접 보내실 때는 선택적 구원이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려는 보편적 구원을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루카 복음은 바로 보편 구원에 대한 기쁜 소식이고 그 구원의 시작이 지금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의 구원도 오늘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구원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종식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한 우리가 받은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입니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사회적 구원을 말합니다.

  특히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삶 자체가 언제나 고난과 고통을 동반하는 역경의 삶이지만 특히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나아가 그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푸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변을 객관적으로 둘러보는 성찰의 시간과 기도가 필요하고 면담이 필요합니다.

  내가 힘들 때나 고난에 빠졌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습성입니다. 모든 문제를 나 이외의 밖에서 찾으려는 경향입니다. 그렇기에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 전가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화풀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문제의 근원은 자신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내가 객관적으로 성찰하여 문제를 찾아내면 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언제나 “나 자신이 바뀔 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가족 폭력이나 사회적 부적응도 이러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공동체의 역할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심판이나 비판이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여 피해자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가해자에게 변화의 기회를 줌으로써 각 개인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를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필요로 하는 구원의 실체 중의 하나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믿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모여서 하느님께 기도하며 현재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공동체입니다. 이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와 격려의 장이 되면 그것이 바로 구원의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코로나로부터의 구원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피해로부터의 구원을 준비할 때입니다. 이번 사태로 신앙을 잃은 이들에게 신앙을, 삶의 용기를 잃은 이들에게 용기를,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북돋아 줄 때가 지금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새로운 희망으로 우리의 가슴을 가득 채우길 바랍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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