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1년 9월 26일

  오늘은 연중 제26주일 어느새  9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추분이 지나고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어 천고마비의 아름다운 날이 지속되길 기대합니다.

  지난주일 학교가 개교를 하니 주일 성당 모습이 활기를 띱니다. 역시 왜 예수님께서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하늘나라가 아이들과 같은 이들의 것이라고 하셨는지 알겠습니다. (루카 18: 15-17) 그동안 온라인 줌으로 주일 학교를 대체하였고 또 여름 방학이라 아이들이 없어서 주일 본당의 모습이 무엇인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누구에게는 부산하고 시끄럽지만 예수님께는 사랑스럽고 하늘나라에 들어가 자격이 있는 아름다운 존재임을 되새겨봅니다. 우리도 아이들처럼 너무 영악하지 않게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팬데믹으로 집안에 갇혀 친구들과 만나 떠들고 장난을 치지도 못하였는데 학교와 성당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배우기를 바랍니다. 사회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아이들은 서로 함께 뛰어놀면서 사회성을 배운다고 합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말씀대로 서로 위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배우길 바랍니다.

  다만 아직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로 조심하며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기가 불편함에도 참고 열심히 듣고 배우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습니다.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도드립니다.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것이 참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말을 하기도 힘들고 어떤 때는 알아듣기도 힘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평 없이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미사 참례하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자랑스럽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서로를 위해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이 바로 배려이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며 살아갈 때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웃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주일로 다가온 우리 본당 바자회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힘든 시기에 서로 격려하고 음식을 나누며 위로를 받고 용기를 북돋우며 삶의 희망을 더욱 새롭게 하는 잔치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우리와 함께하시어 아이들처럼 우리와 함께 즐거워하시고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의 복음은 참 의미심장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웃을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우리와 다른 종교를 갖은 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또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갖은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제자들이 자기들에게 속하지 않은 이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고 막으려 하고 이를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그들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에게 그들을 그냥 놔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마르코 9: 39-40)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와 다르다고 미워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다른 종교 다른 인종 다른 언어 다른 풍습을 갖은 이들이 서로 미워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미움이나 배척이 아니라 용서와 배려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아이와 같은 마음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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