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1년 10월 3일

  오늘은 시월의 첫 주일로 연중 제27주일을 맞이합니다. 또한 가을을 맞아 ‘본당 설립 50주년 준비를 위한 바자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본당 잔치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된 일상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한 활력소를 주는 잔치가 되길 기도드립니다.

  오늘 바자회를 위해 참여하는 많은 단체들이 힘든 준비를 해왔습니다. 사실 우리 본당 바자회는 오랫동안 시월 셋째 주일에 있었지만 올해는 팬데믹으로 좀 일찍 개최합니다. 추워지면서 다시 코로나바이러스가 횡행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모두가 백신을 맞았음에도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심스레 바자회를 개최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모든 판매대는 야외에 위치하고 기도 모임 등 기존의 모임이 이외에는 실내에서 식사를 하거나 모임을 갖는 것을 바자회 동안에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음식을 드실 때 이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가능하면 자주 손 소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손 소독제를 각 판매대에 비치할 것입니다. 각자의 건강과 안전은 공동체의 안전의 기본입니다. 아무도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에 주님께 기도드리고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복음은 마르코 복음의 말씀으로 10장의 2절에서 16절의 말씀입니다. 오늘의 말씀은 부부의 이혼 문제입니다. 현대 가정 문제 중의 하나가 이혼인데 이천 년 전 예수님 시대에도 이혼은 사회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부부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부부를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마르코 10: 7-9)

  “이제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이것이 부부의 본체입니다. 이를 교회는 공동체의 가장 기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랑으로 맺어진 온전히 하나로 일치된 일체의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부부는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고, 따라서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부부가 갈라지면 한 가정이 갈라지고, 나아가 두 가족이 갈라지고, 공동체가 갈라지고, 나아가 남편과 아내의 두 공동체가 갈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의 도시화 시대에 각 가정의 문제는 가정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부의 문제는 역시 이웃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의 불행은 이웃에게도 불행이 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으로 “한 몸”이 되고 삶의 한 공동체로서 아이를 들을 낳고 가정을 만듭니다. 아이들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이이러니한 것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여 쫓겨날 때 하느님께서 아담과 이브에게 내린 벌 중의 하나가 아이들을 낳을 때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을 주신 것입니다. 아이들 낳는 고통은 죽을 만큼 아프지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그처럼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을 그렇게 어렵고 귀하게 부부에게 찾아오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는 고통은 행복한 고통이 됩니다. 이로써 고통이 단순히 삶의 저주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복을 준비하는 순간이라는 삶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가정을 지키는 것은 부부의 삶입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지만 서로의 의견을 이해하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부부의 삶이고 가정의 행복일 것입니다.

  아담과 이브는 서로 동등한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존재들입니다. 이들 둘은 하느님께서 꼭 필요하게 만든 존재입니다. 부부의 삶은 서로를 위해 서로 의지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에서 부부의 사랑의 의미는 아이들로 실체화됩니다. 그리고 이 가정에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넘쳐흐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현대의 많은 가정이 이혼의 아픔을 겪고 새롭게 시작하려 고군분투합니다. 부서진 가정에서 상처를 입은 부부는 물론이거니와 그 부부의 아이들은 평생 상처를 입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 세심한 관심과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해줘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혼한 부부의 책임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상처이고 큰 문제입니다. 주변의 세심한 배려는 필수입니다. 이혼한 부부에 대한 배려와 그들의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상처를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러면 아픔을 통해 공동체에 사랑이 더 넘칠 것입니다.

  부부의 이혼 문제는 이천 년 전이나 현대나 우리 사회의 큰 문제입니다. 단순히 이혼이 안된다는 식의 심판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부부 관계를 위한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의 중심에 하느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오늘 깊어가는 가을의 주일 햇살이 우리의 마음을 따듯하게 비추어 주길 바랍니다. 바자회의 흥겨움과 풍성함이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각 판매대의 풍성한 음식을 나누며 서로 넉넉한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흐르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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