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4년 1월 7일

오늘은 성탄 두 번째 주일로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대축일은 사실상 성탄절의 마지막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중 시기의 시작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그리고 오늘 교중 미사 중에 지난 33년간 우리 공동체의 종신 부제로서 사목 봉사를 해주신 진명 바오로 부제님의 은퇴식이 있습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자리입니다. 여러분의 성원과 기도 부탁드립니다. 물론 은퇴 후에도 주일 미사에 공동집전은 계속하시고,  본당의 공식 부제 업무를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원래 1월 6일이지만 사목적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날을 기념하게 하기 위해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로 이동해서 축일을 지내게 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방박사 3분이 아기 예수님을 알현하며 ‘메시아’임을 드러내 사건입니다.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세상에 보내주신 당신의 외아들이 메시아인 주님이라는 사실을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동방박사를 통하여 공적으로 드러난 날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주님 공현 대축일이 중요하게 된 이유는 2세기에 유행하는 영지주의자들의 이단적인 교리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은 세례를 받는 순간 하느님의 아들로 입양되었다고 가르쳤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1월 6일을 주님 세례 축일로 지냈습니다. 이는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태초부터 존재하셨고,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정통 교리와 상반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이에 교회는 이날을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입양된 날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세상에 드러낸 날이라 공표하였습니다.

  그래서 주님 세례와 주님 공현을 함께 기념하였습니다. 그러나 1960년에 주님 공현 대축일과 주님 세례 기념일을 분리하여, 주님 공현 대축일을 1월 6일에, 그리고 주님 세례 기념일을 성탄을 마무리하고 연중의 시작으로 전례력을 정한 것입니다.

  동방 박사들은 별을 따라 베들레헴까지 와서 미래 ‘유다의 임금’이 되실 아기 예수님을 알현합니다. 그렇게. 세상에 유다의 임금이 태어났다는 증표로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합니다.

  이렇게 세상에 드러난 메시아의 탄생은 세상 구원의 희망이었지만, 헤롯왕에게는 위협이 되는 정적이 태어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상반된 운명을 갖고 태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의 운명이 쉽지 않고 굴곡진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이를 온전히 받아들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위정자들과 기득권자들의 시기와 질투 미움과 원망, 그리고 수난과 죽음까지 온전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이는 당신의 존재적 의미가 세상의 성공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통하여 우리와 언제나 함께 계시다는 확실한 현존의 표증을 남겨주셨습니다. 따라서 성체와 성혈은 바로 현재 우리에게도 드러내시는 주님의 공현입니다.

  따라서 오늘 동방 박사들이 구세주 예수님을 알현하여 세상에 그분의 존재를 드러내셨듯이, 우리도 성체 성사를 통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야 합니다. 따라서 성체성사를 통하여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는 것은, 주님께서 우리와 언제나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입니다. 즉 우리의 신앙을 통하여 주님께서 세상에 공현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몸이고, 예수님은 우리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루카 2: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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