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의 날

2020년 11월 1일

오늘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월의 마지막 날이며 ‘모든 성인의 날 (All Saints Day, 혹은 All Hollows Day)’ 축일 전야인 할로윈(Holloween)입니다. 다행히 지난 몇일 내내 내리던 가을비도 그치고 오랜만에 햇살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날입니다.

시월의 마지막을 햇살을 맞으며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지루하고 차가운 가을비를 지나고 드러난 햇살이 너무나 반갑습니다. 더군다나 차가운 바람에 저절로 몸이 햇살로 나섭니다. 오늘 또 보름입니다. 뉴스에서는 블루문이라고 떠들석 합니다.
영어 표현에 “Once in a Blue Moon”이란 말이 있습니다. 오래 시간이 흐르거나, 흔치 않은 일에 쓰이는 표현입니다. 블루문이 자주 뜨는 보름달이 아니기 때문에 생긴 표현일 것입니다. 어쨌든 흔치 않은 보름달이 오늘 밤에 뜬다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성모님은 달에 비유됩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밤에 빛이 납니다. 성모님은 바로 태양에 비유되는 예수님의 빛을 반사해서 어두운 밤을 비추는 분이십니다. 보름달은 그 빛이 가장 빛나고 가장 밝은 밤을 이야기 합니다. 빛이 어둠을 이기 전 달이 밤을 밝히어 태양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리는 것처럼, 성모님은 언제나 당신의 아드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 임마뉴엘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십니다.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으며 살아가는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버려야 할 것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할지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겠습니다.
빛은 밤과 달리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보이는 많은 것들이 아름답고 지키고 싶지만 다 갖고 지킬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밤이 오듯 우리가 갖은 것들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놓은 것들을 떠나 보내면 또 새로운 것이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우리는 떠난 것에 매달려 뒤만 바라보고 후회하며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 격언에 “떠난 것은 떠나 보내라. (Let bygones be bygones!)이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미래 지향적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살펴보며 반성하고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 오늘 최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용서’는 그 잘못 된 것을 바로잡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새로운 시작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바로 ‘하느님 나라’로의 여정입니다. 그 여정은 혼자만의 외로운 나그네 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더불어 가는 동반자의 길입니다. 바로 교회의 존재 의미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어제 복음의 다음 이야기로 안식일 바리사이의 지도자의 식사 초대에 가시어 만난 병자 치유의 사건 이후에 원래 초대의 목적인 식사 시간에 손님들이 서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 하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14: 11)
예수님께서 오늘 말씀하신 “겸손”은 바로 우리가 함께 가는 여정의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적자생존의 치열한 세상과 다른 하느님의 나라로 향한 여정의 열쇠입니다. 함께 더불어 가능 여정의 힘입니다.
세상은 무한 경쟁을 정상이라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공존과 상생을 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경쟁이 더 큰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협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경쟁은 실패를 도태라고 말하지만 상생은 실패를 교훈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겸손을 바보라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성인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우는 사람에게 시끄럽다고 말하지만, 하느님은 그를 위로하십니다. 세상은 의로운 사람을 오지랖이 넓다고 핀잔을 주지만, 하느님은 그를 흡족하게 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으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까 혼란스러운 상황을 매일 접하며 살아갑니다. 세상을 따라야 하나 하느님을 따라야 하나? 마치 햄릿의 독백이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우리 말로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라고 번역된 이 유명한 말에는 햄릿의 고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이 말을 매일 되뇌게 합니다. 무엇을 택할 것인가? 하느님과 세상! 그런데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 루카 16: 24)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고민합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오늘 시월의 마지막 날, ‘모든 성인의 날, 전야에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보름달을 보며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우리는 어제를 교훈으로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성모님을 통해 배워봅니다. 그리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우리를 위해 빌어주소서!”
그리고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믿어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14: 11)
오늘 오랜만에 구름을 깨고 나온 햇살이 참 밝고 따듯합니다.
시편 42(41),2.3.5ㄱㄴㄷㄹ(◎ 3ㄱㄴ 참조)
◎ 제 영혼이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
○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 하느님의 얼굴을 언제 가서 뵈오리이까? ◎
○ 영광의 초막, 하느님의 집까지, 환호와 찬미 소리 드높은 가운데, 축제의 무리와 행진하였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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