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4주간

2020년 9월 20일

오늘은 연중 24주간 토요일 9월 19일로 화창한 가을 날씨입니다. 이 때 쯤이면 포도, 사과, 복숭아 등 햇과일이 풍성하여 군침이 도는 때입니다.

오늘 이른 오후에 병원에 가는 길에 가로수 잎들이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아 사르르륵 내는 소리가 참 정겹게 들려와 마치 숲 속을 걷는 듯 하였습니다. 도심의 거리에서 숲의 느낌을 주는 가을 바람이 참 고마울 뿐입니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입니다. 현재의 당면한 문제에 파묻혀 걱정하고 고민하며 스스로를 고통의 방에 가두지 마시고 잠시 시간을 만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가로수를 가르는 가을 바람 소리도 들으며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께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어 당신을 믿는 이는 하나도 잃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믿으며 굳건하게 두려움과 걱정에서 벋어나 건강한 계획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다 보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믿음의 힘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8: 4-15)에 예수님은 4가지 유형의 땅을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3대 공관복음 모두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씨 뿌리는 농부가 씨를 뿌리다 보면 길 위나, 자갈밭이나 가시덩굴밭이나 좋은 땅에나 다 뿌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똑 같은 씨앗이고 똑같은 사람이 뿌렸어도 뿌려진 장소에 따라 말라 죽거나 새들의 모이가 되기도 하고, 또 좋은 땅에 뿌려지면 원래의 의도대로 100배의 소출을 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루카 8: 8) 이 말씀을 저는 좋아합니다. 예수님은 모든 군중에게 똑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느 누구에게 더 관심을 두거나 혜택을 주거나 하지 않습니다. 농부가 밭에 씨앗을 뿌리며 풍성한 수확을 꿈꾸듯이, 군중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며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구원을 받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몽상가나 이상주의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지금 우는 이들을 위로하시고 지금 굶주린 이들이 배를 채워 주십니다. 예수님은 단순히 세상을 비관적으로 비판하며 질타하며 그 짐을 다른 이들에게 떠 넘기는 분이 아닙니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 문제 해결에 당신이 직접 나서십니다.
예수님은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에 스스로 이웃의 아픔을 동감하고 기적으로 치유해 주십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십자가 나무에 매달려 우리를 위해 희생하시는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원망하지 않습니다. 미워하지 않습니다. 단지 안타까워하시며 오히려 그들을 용서해주시길 아버지께 빕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며 원망과 섭섭함을 털어버리십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이 말씀은 일상에서 제가 가장 많이 묵상하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마이동풍이면 소용이 없습니다. 소 귀에 경 읽기 식의 무의미한 노력이 됩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결코 군중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그 말씀을 듣고 회개하여 하느님의 구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 사람이 예수님 치유의 기적을 경험하고도 오직 한 사람만이 돌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려도 예수님은 기적의 치유를 멈추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의 회개라도 그 기쁨은 열 사람 모두가 회개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듣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화를 내고 미워하지 마십시오. 어떤 분이 말하듯이 ‘콩나물 시루에 물이 쭉쭉 빠져도 콩나물은 잘 자라듯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습니다. 콩나물 시루에 계속 물을 주며 기다리듯이, 좋은 말은 인내로 기다리면 됩니다.
예수님은 절대로 조급해 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을 믿듯이 군중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에 분명히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실려있고 파란 하늘에 그 분의 말씀이 적혀있음을 알고 있는가? 성경에만 그 분의 말씀이 적혀있지 않습니다. 가만히 나의 가슴이 하는 말을 듣는 것도, 내 가족이 하는 말을 듣는 것도, 내 이웃의 말을 듣는 것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햇살이 어느덧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용기를 얻고 힘을 얻고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시편 56(55),10.11-12.13-14(◎ 14ㄷㄹ 참조)
◎ 하느님 앞에서, 생명의 빛 속에서 걸어가리라.
○ 제가 부르짖는 그날, 그때 원수들은 뒤로 물러가리이다. 하느님이 제 편이심을 저는 아나이다. ◎
○ 하느님 안에서 나는 말씀을 찬양하네. 주님 안에서 나는 말씀을 찬양하네. 하느님께 의지하여 두려움 없으니, 사람이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
○ 하느님, 제가 당신께 드린 서원, 감사의 제사로 채우리이다. 제 목숨 죽음에서 건져 주시어, 제 발걸음 넘어지지 않게 하셨나이다. 하느님 앞에서 걸어가라, 생명의 빛 속에서 걸어가라 하셨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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