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2020년 4월 26일

어느덧 잔인한 사월도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월의 마지막 주일을 부활 3주일로 맞이합니다. 3월 15일 사순 제3주일 미사를 끝으로 지금까지 주일 미사를 함께 드리지 못하는 생이별을 한 지도 벌써 6주간이 됩니다.

마치 우리 공동체 형제들이 뜻하지 않게 이산가족이 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서로 연락을 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벌써 6주나 주일 미사 없이 신앙생활을 하니 성체에 굶주린(?) 많은 분들이 언제쯤 성당에서 미사를 할 수 있을까 물어봅니다. 답은 역시 ‘모른다’ 입니다. 아마도 뉴욕 주 Lockdown이 풀릴 때나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쿠우모 주지사는 5월 중순으로 보고 있으니 예상대로 콜로나 바이러스가 현저히 줄어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긴 겨울을 봄을 기다리며 이겨내듯이 이번 사태도 평상시로 돌아가리라는 믿음으로 이겨나갑니다. 그러니 다시 성당에서 주님의 미사 안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멀리 않으리라 믿습니다. 그리움은 그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줍니다.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조차도……

기다림 속에서 많은 분들이 성당을 찾아와 교무금을 내주시고, ‘매일 미사’ 책도 사고 또한 비록 성당 안은 못 들어가도 주변에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모습을 자주 뵙니다. 반가운 모습들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루카 복음 (24: 13-35)의 유명한 ‘엠마오 가는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는 날 여인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믿지 못한 제자 두 명이 낙망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나그네를 만납니다. 그 나그네와 성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 그 대화 속에서 나그네가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아직 그분이 부활하신 예수님이란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저녁이 되어 엠마오에 다다르고 두 제자는 나그네를 저녁에 초대합니다. 식탁에서의 상황을 루카 복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30-31)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것입니다.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신 모습은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등장합니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 넘는 군중을 보리빵 5개와 고기 두 마리로 배부르게 먹였던 기적입니다. (이 기적만이 4대 복음 모두에 나오는 기적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 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시며 당신을 기억하여 빵 나눔을 하라고 하십니다. 성찬례의 시작입니다. 빵 나눔에 주님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엠마오 가는 길의 이야기가 이 사실을 잘 설명해 줍니다.

벌써 6주째 성찬을 못 모십니다. 그래도 심령성체로 위안을 받습니다. 열렬한 갈망은 성령으로 인해 그 부족함이 채워집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성모님의 달 오월도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만남을 기대하며 기도하고, 그 기도 안에서 서로 만납시다. 그리고 아무리 답답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주변에서 너무 많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십니다.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이 미어지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만도 없어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탁하고 슬픔에 빠진 유가족의 위로도 주님께 위탁합니다.

지금 일선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모든 의료진과 봉사자들 또한 예수님의 지극한 위탁 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심령성체 기도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부활 3주일 주님의 자비와 사랑이 넘쳐흘러 기쁜 한 주간이 되길 기도드립니다.

심령성체 기도문

주 예수 그리스도님

당신께서 진실로 성체 안에 계심을 믿나이다.

세상 모든 것 위에 주님을 사랑하오며

주님의 성체를 영하기를 간절히 원하나이다.

지금 주님의 성체를 영할 수 없다면

적어도 영적으로라도 제 안에 오소서

[침묵 가운데 주님과 일치의 시간을 갖는다.]

주님 성체를 모실 때처럼

주님과 온전히 일치하려 하오니

영원히 주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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