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요일

2020년 4월 11일
오늘은 성 토요일 4월 11일 화창한 봄날입니다.
어제의 차가운 봄바람과 대비가 되는 날씨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 듯한 날씨입니다.
오늘같이 화창한 성 토요일에는 예전 신학교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곤 합니다. 그 날도 오늘과 같이 햇살이 참 좋은 아침이었습니다. 모든 신학생들은 각자 부활 성야 미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아침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제대를 꽃으로 장식하는 파트여서 아침 일찍 신학교 담장으로가 개나리 꽃을 한아름 꺾어 와서 파트너 신학생과 함께 전지 가위로 개나리꽃 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화병에 꽂으며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며 재미있는 시간을 갖고있었습니다.
그러다 잡담에 너무 전념 했었는지 꽃 가지를 자르다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다행이 검지의 3분의1을 잘려서 피가 철철 흘렀습니다. 결국 병원 응급실로 가서 치료를 받고 오후에야 신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료 신학생들과 영웅담(?)을 나누며 붕대 칭칭 감은 손가락을 치켜들고 부활 성야 미사에 촛대를 들고 입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학생은 모두가 점잖은 청년들의 모임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도 다 혈기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청년들입니다. 다만 5년간의 신학교 생활이 그들을 서서히 아주 서서히 변화시킨다는 사실입니다. 올챙이가 개구리 되듯,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그렇게 변하지 않는 신학생들은 도중에 도태되어 나갑니다. 변화는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 사이에는 긴장이 흐릅니다. 누가 옳으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하거나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문제는 변화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떤 속도로 변하는 가가 더 정확한 문제일 것입니다. 천천히 또는 빨리… 세상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의 부활을 준비합니다. 본시오 빌라도 통치아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신지 이틀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 돌아가신지 사흘째가 되는 날 죽은 이들 가운데 부활하심을 우리는 믿고 준비합니다.
오늘 밤 우리는 텅 빈 예수님의 무덤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막달라 마리아처럼 세상에 고백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부활에 우리도 우리의 부활을 꿈꿉니다. 우리 삶의 변화를 꿈꿉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듯 신데렐라 같은 꿈을 꿉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종식을 꿈꿉니다.
지금 저는 텅 빈 성당에서 주님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텅 빈 무덤을 우리의 희망으로 가득 채우듯이 텅 빈 성당을 우리 신자들로 가득 찰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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