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갑시다

2023년 9월 17일

한국천주교회는 가장 많은 순교자가 태어난 9월 20일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냅니다그리고 더 많은 신자들이 신앙의 뿌리를 기억하고 순교성인들의 신앙을 본받게 도와주기 위해서 9 20일과 가까운 주일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이동해서 기념합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로 대표되는 103위 순교성인들과 윤지충 바오로로 대표되는 124위 순교복자그리고 증거자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많은 순교 성인들 덕분에 지금 우리도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우리가 자랑하는 많은 성인들 중에는 백정 출신의 복자 황일광 시몬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백정은 가장 낮은 신분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도시 밖에 따로 지내면서 온갖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지냈습니다그런데 신분과 성별에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강조하며 조선에 전파된 신앙이 황일광 시몬에게도 전해지게 되었습니다그리고 황일광 시몬은 백정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새로운 신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황일광 시몬에게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증언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난 뒤황일광 시몬도 포졸들에게 잡혀 옥에 끌려가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백정 출신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던 황일광 시몬이었지만여러 차례 문초와 형벌을 받으면서도 아무도 밀고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굳건하게 참아 냈을 뿐만 아니라천주교를 부정하는 재판관에게 훌륭하게 자신의 신앙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지금 백번 죽는다 해도 후회가 없습니다백정으로 태어나 개돼지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던 내가 천주교 교우가 된 후처음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 대접을 받아 보았기 때문입니다. …… 나 자신이 백정으로 살아가던 때엔 세상 모든 것이 증오스럽고 나를 낳아 기르신 부모님은 물론 나 자신마저 미워하고 증오했습니다. …… 그러나 지금 사학죄인천주학쟁이로 죽어가는 이 순간나는 그 누구도 증오하거나 증오하지 않습니다. …… 나는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왜냐하면 백정으로 태어났다가 천자하느님의 아들로 죽기 때문입니다.”

  복자 황일광 시몬의 법정 증언을 오늘 복음의 내용과 함께 기억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어떤 임금과 그에게 빚을 탕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비롭지 못했던 사람의 비유를 보면서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죄인이며 부족한 것 투성이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체험하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 오롯이 받아들여져 살고 있다는 것을 증언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내가 이웃들과 어떤 모습으로 만나고 있는지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아니면 빚쟁이의 모습으로 만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그리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특별히 순교자성월을 지내면서 자랑스러운 순교성인들게 도움을 청하며 그들의 모범을 본받도록 합시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순교 성인성녀들이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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