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일

2023년 10월 15일

지난 몇 주간 우리는 포도밭 주인과 소작인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습니다. 이 내용들은 모두 마태오 복음 21장에 있는 내용으로 예수님께서 하느님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예루살렘에 입성한 다음에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하신 비유였습니다.

  그리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다들 알고 있듯이, 속임수를 서서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공모를 했으며(마태 26,4), 실제로 유다 이스카리옷과 함께 예수님을 잡아다가 최고 의회로 끌고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마태 26,47.57)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계속해서 포도밭 비유를 들려주면서 자비로운 주인의 모습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일찍이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하고 선포하면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8)라고 했던 것과 결을 같이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비로운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전하면서 일찍이 세례자 요한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을 것을 요구하시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예수님께서 포도밭 주인과 소작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를 설명하셨다면,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에서는 혼인 잔치를 베푼 임금과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의 비유를 통해서 이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복음을 보면 먼저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여러 가지 세상일을 핑계로 혼인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혼인 잔치에 초대하러 온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마태오 복음의 흐름을 생각할 때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한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이전에 파견하셨던 예언자들을 박해한 이스라엘을 비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임금은 종들을 다시 보내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들였다고 합니다. 그렇게해서 잔칫방은 손님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임금이 손님들을 둘러보고는 혼인 예복을 갖추지 않은 사람을 보고는 그를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임금에게 초대받지도 않았고, 또 충분한 시간을 주지도 않고 혼인 잔치에 데리고 가서는, 혼인 잔치에 합당한 의복을 입지 않았다고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리는 어떤 임금의 비유를 들으면서,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요?

  마태오 25장에 나오는 『탈렌트의 비유』에서 주인이 맡긴 탈렌트를 땅에 숨겨두었던 종이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마태 25,24-25)라고 말한 것처럼,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어떤 임금의 모습도 모질게 느껴지시는지요?

  저는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의 비유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것은 임금이 모질고 자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혼인 잔치에 자리를 사람들로 가득 채우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이러한 마음을 알고 계셨기에 앞으로 당신을 죽이는 일을 주도하게 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회개의 기회와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비유하고 있는 혼인 잔치는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가 말하는 것처럼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는 기쁨의 잔치입니다. 이 잔치는 모든 민족을 위한 잔치이고, 술과 음식이 풍성하고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는 구원의 기쁜 잔치입니다. 즉 우리가 고대하고 희망하는 하느님 나라의 잔치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넘치는 사랑과 자비로 우리에게 넘치는 은총을 베풀면서 우리를 계속해서 당신 나라의 잔치로 초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런 초대로 인해서 혼인 의복을 준비하지 못하고 바깥 어둠으로 쫓겨난 사람의 모습을 보며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 나라의 기쁨의 잔치에 초대하고 싶어 하는 하느님의 마음을 깨닫고 이에 합당한 의복을 준비하도록 합시다. 우리의 기도와 선행이 혼인 잔치를 준비하는 의복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