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성당 신자분들께

2024년 1월 21일

찬미 예수님!

  박효식 사도요한 신부입니다. 김문수 앤드류 신부님의 부탁으로 주보 강론으로 한 번 더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11월에 현 대전교구장이신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으로부터 2020년 1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브루클린 교구 한인 성당인 퀸즈 성 바오로 정하상 본당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처음 주교님께 브루클린 교구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사실 브루클린이 어디에 있고,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퀸즈에 있는 한인 성당에 관해서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 마음속에는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 간다는 설레임과, 여름에 있는 한 달 휴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자를 준비하며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자 신청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1월 말, 늦어도 2월 초에 본당에 부임하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고, 3월까지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급기아 3월 16일을 기점으로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Lockdown)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비자 관련 업무도 전면 중단되었고,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들려오기 시작한 뉴욕의 상황은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를 멀리 한국에서 지켜보면서, 처음 주교님께 브루클린 교구로 파견을 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꼈던 설레임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신자들의 안위를 걱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나를 브루클린 교구의 한인 성당으로 파견하신 이유가, 나에게 세계 최고의 도시를 즐길 시간을 주신 것이 아님을, 또 여름 한 달 휴가를 이용해서 세계 각지를 여행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겪으면서 박해 시대 프랑스를 떠나서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렸던 선교사들의 마음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나고 자란 고향 본당 뒷동산에 묻혀있던, 파리 외방전교회 출신의 범 베드로 신부님과 고일랑 요한 신부님께 자주 전구를 청하게 되었습니다. 범 베드로 신부님께서는 장티푸스에 걸린 신자가 토해낸 성체를 다시 모시게 되면서 병이 옮아서 선종하셨고, 고일랑 요한 신부님께서는 6.25 당시 사목회장님과 함께 본당을 지키다가 선종하셨습니다. 이 두 분의 신부님께 삯꾼이 아니라 양 냄새 나는 목자로서 본당에 파견되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전구를 청하였습니다.

  지난 4년간의 퀸즈 정하상 바오로 성당에서의 삶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 많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됩니다. 신자들의 기쁨과 희망, 그리고 슬픔과 고뇌에 더 깊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갖게 됩니다. 그렇지만 부족한 저를 채워주시는 하느님께서 계시고, 저보다 더 훌륭한 신자들의 공동체인 퀸즈 바오로 정하상 성당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브루클린 교구 파견을 마치고 대전교구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그동안 베풀어주신 사랑과 관심에 감사드리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상처받은 분들에게는 사과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1월 18일에 공세리 성지 성당의 보좌신부로 부임하였습니다. 이곳에서도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움을 갖는 사제로 살아갈 것 같습니다. 이런 저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계속해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저도 퀸즈 바오로 정하상 본당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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