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3주일

2023년 12월 17일

오늘 대림 제3주일 복음은 지난 대림 제2주일과 마찬가지로 세례자 요한이 전면에 등장합니다. 잠시 지난 주일 복음을 기억해 보면, 세례자 요한은 이스라엘 사회의 악을 고발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갖는 방향으로 회개할 것을 선포한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주님께서 오시는 길을 곧게 내라”고 선포하였습니다. 그리고 방금 들은 대림 제3주일 복음에서도 똑같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추가해서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세례자 요한을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으로 소개하면서, 그는 빛을 증언하러 왔다.”고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보낸 사제들과 레위인들이 “당신은 누구요?”라고 하는 질문에, “나는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아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본인을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23)라고 본인의 정체성을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본인은 “뒤에 오시는 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은 사람”(요한 1,27)이라고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음을 선포한 세례자 요한의 이런 겸손한 모습을 대림시기에 우리가 조금 더 깊이 묵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주님의 오심을 더 간절하게 기다리는 사람일지를 생각하면서, 세례자 요한의 겸손함을 함께 기억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는 것을 더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 세상에서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오심으로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주님의 오심을 더 간절하게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누가 주님의 오심을 더 간절히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람들인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분명하고 명확하게,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이사 61,1)라고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서 주님께서 오시는 다는 소식을 복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복음서를 읽어봐도 기쁘고 행복하고 모든 것이 만족스런 상황에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만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가족 또는 주변 사람 중에 누군가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부족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왔고, 주님이신 예수님과 만났습니다. 반면에 스스로 완벽한 외부 조건을 갖추고 예수님을 따르러 왔던 부자 청년이나,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보고도, 예수님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했고, 예수님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이렇듯 주님의 오심이 가까웠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여라”하고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부족한 사람임을 깨닫고, 주님 없이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겸손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주님께서 오셔서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으며,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따르며, 빛이신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겸손한 종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리스도의 빛이 세상의 어둠을 밝힐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어두운 세상 한복판에 살면서도,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주님께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때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모두 치유해 주실 것이고,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실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11,11)는 평가를 듣는 세례자 요한의 겸손한 자기 성찰을 기억하면서, 주님을 필요로 하는 나 자신을 겸손하게 바라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쁘게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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