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일

2023년 11월 19일

지난주일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과 교회와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비유하면서신랑이 도착할 그날과 그 시간을 모르니등불과 기름을 들고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그렇지만 지난주일 비유에서 예수님께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기름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를 자세히 살펴보면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기름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가 있습니다오늘 제1독서는 훌륭한 아내의 조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잠언의 저자는 남편에게 마음으로 신뢰받는 훌륭한 아내의 조건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한평생 남편에게해 끼치는 일 없이 잘해준다두 번째는양모와 아마를 구해다가제 손으로 즐거이 일한다세 번째는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고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남자와 여자의 평등을 이야기하고부부간에 평등한 삶을 이야기하는 오늘날에 잠언의 비유를 듣고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분명히 우리는 예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신랑과 신부의 관계로 생각하며예수님의 재림 이후에 있을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의 상징으로 믿고 있습니다그래서 잠언의 말씀도 신랑이신 예수와 신부인 교회와의 관계 안에서 읽을 수 있을 때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잠언이 말하는 남편에게 신뢰받는 훌륭한 아내의 조건 세 가지는 다음과 같이 바꿔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그리스도의 신뢰를 받는 훌륭한 신자는 한평생 신랑이신 그리스도께 해 끼치는 일이 없이 그리스도께 최선을 다한다두 번째그리스도의 신뢰를 받는 훌륭한 신자는 교회 공동체를 위해서 제 손으로 즐거이 일한다세 번째그리스도의 신뢰를 받는 훌륭한 신자는 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고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준다.

 

  잠언의 말씀을 연중 시기의 마지막 시점에서 묵상하면서어떻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신뢰를 받는 훌륭한 신자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분명히 우리들 모두는 하느님께 이 세상에서 하늘 나라를 성장시키기 위한 훌륭한 탈렌트들을 받았습니다하느님께 받은 탈렌트의 양을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측정하면어떤 사람은 더 많이 받은 것처럼 보이는 반면어떤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그렇지만 하느님 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면서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똑같이 당신의 모습으로 창조하셨습니다. (창세 1,27 참조그리고 똑같이 “모든 인간에게 복을 내리셨습니다. (창세 1,28 참조또한 그런 인간 모두를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기까지 하셨습니다.(요한 3,16-17 참조)

 

  이렇게까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차별하고 사람을 능력에 따라서 평가하고 심판하시지는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오늘 복음에서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그저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긴 작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마태 25,21.23 참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긴 작은 일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한밤중에 신랑을 맞으러 나갈 때 필요한 기름을 준비하는 것이고남편에게 필요한 훌륭한 아내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바로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약 오늘 복음에서 한 탈렌틀르 받았던 어떤 사람처럼하느님을 모진 분이라고 여기며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며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있다면그런 사람은 하느님과 만나는 기쁨의 잔치를 기다리거나 준비하고 싶은 마음을 갖지 못할 것입니다오히려 피하고 도망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 때를 보내면서마지막 순간과 심판에 관한 말씀을 자주 듣고 묵상하게 됩니다이런 말씀들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에 앞서서지금 이 순간에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성실하게 실천해 나가도록 합시다그렇게 할 때 우리는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