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2019년 4월 14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입성하십니다. 즈카라야 예언서에서 구세주의 입성을 이렇게 예언했습니다(즈카 9,9)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승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겸손하시며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시러 오시는 주님께서 평화의 상징인 어린 나귀를 타고 성전으로 입성하십니다.

올리브 산을 타고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는 주님을 따라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며 환호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 이렇게 환호하는 군중은 며칠 전에 예수님께서 죽어 무덤에 묻인 나자로를 살려내신 것을 기억하며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보여주신 예수님이 모세와 같이 억압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을 로마 제국에서 행방시켜주시고 이스라엘의 왕국을 다시 재건해 주실 거라는 믿음으로 소리 높여 환호합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예수님이 타신 당나귀 바로 뒤에 따라가고 있는 제자들은 몰려드는 군중들에게서 예수님을 “보호” 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군중들의 환호에 힘을 얻어 군중들과 같이 환호합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제자들은 주님께서 앞으로 받을 영광에 대한 기쁨 때문에 군중보다도 더 크게 환호하며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선동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몇 제자들은 예수님의 눈치도 보며 주님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예수님께서 이런 제자들과 군중들을 바라보시며 그저 묵묵히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앞으로 당신께서 받으셔야 할 수난에 대해 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 그는 높이 오라 숭고해지고 더없이 존귀해지리라. 그리 모습이 사람 같지 않게 망가지고 그의 자태가 인간 같지 않게 망가져 많은 이들이 그를 보고 질겁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는 수많은 민족들을 놀라게 하고 임금들도 그 앞에서 입을 다물리니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을 그들이 보고 들어 보지 못한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야 52,13-15; 53,7)

어린 당나귀를 타고 성전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의 엄숙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세례자 요한의 환호를 되새기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저기, 하느님의 어린양이 오신다!”라고 외쳤습니다. 이제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당신이 희생되시기를 선택하시는 예수님의 선택을 묵상합니다.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귀한 사랑은 없습니다.”라고 제자들을 가르치셨던 예수님께서 오늘 그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시려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인간을 위해서 당신의 생명을 희생하시려 입성하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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