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일

2021년 10월 17일

  지난주 토요일 로마에서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를 주제로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가 동참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주교시노드라고도 불리는 이 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 세계 가톨릭교회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서, 모든 필요한 논의를 한 번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3-4년에 한 번씩 개최되어온 가톨릭교회의 가장 크고 중요한 회의입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개막 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성령께서 교회를 인도하시고, 온 인류의 고난과 열망에 연대하여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서로 귀 기울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식별을 시작하도록 은총을 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씀과 “교회는 일치, 친교, 그리고 하느님의 단일한 사랑으로 모두 받아들여진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형제애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인 교회가 “일치의 은총을 받아 살아가는 교회, 성령의 소리에 열려 있는 교회를 체험하도록 함께 걸어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이러한 초대는 성령께서 가톨릭교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말씀이며, 또한 세례받은 모든 신자들이 세례 때 받은 성령의 도움으로, 한마음 한 몸으로 일치하여, 예수님께서 맡기신 복음 선포 사명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시켜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교 시노드 개막연설에서 교황님께서 언급하셨듯이, 가톨릭교회는 성령과 함께하면서 한마음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기신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제자들에게 맡긴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이 바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맡긴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단 한 번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언급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차례 제자들이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언급하셨는데, 특히 세 번에 걸친 당신의 수난과 부활 예고가 있은 직후에, 제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말씀하셨습니다.

  그 첫 번째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이었고, 두 번째가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의 수난과 부활 예고와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은 이를 알아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셨고, 그래도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하느님 나라의 자리를 두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제자들을 위해서 오늘 또다시 당신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단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써, 우리에게 어떻게 가장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복음 이후에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예루살렘을 향하여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마지막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시며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비천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셔서, 가장 비천한 형벌인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십자가 사건에 대해서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구원자라고 믿는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사건을 뛰어난 언변이나 지혜로 선포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비천하고 낮은 종의 모습으로 당신 자신이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증언했듯이, 우리도 예수님처럼 낮아지고 비천해지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임을 증언하고, 이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게 됩니다. (1코린 24-25 참조)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을 다 따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하시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성령을 받은 이웃과 함께한다면, 부족한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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