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3주일

2023년 9월 10일

오늘 마태오 복음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형제의 잘못을 알려주어 죄의 용서를 받게 하여야 한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주님께서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이웃의 잘못을 지적하고 깨우쳐 주려는 “노력”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일 처음에 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일이 아닌가 묵상해 봅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나?” (마태오 7, 3-4)  이웃의 잘못이 아무리 크게 보이더라도 사실 우리 자신은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이웃에게는 굉장히 인색한 모습을 지적해 주시는 복음 말씀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이웃을 먼저 용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우리 아버지께 기도드립니다.  가톨릭 교리서는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을 우리가 용서하지 않는 한, 하느님의 넘치는 자비가 우리 마음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리스도의 몸이 갈라질 수 없듯이, 사랑도 갈라질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눈에 보이는 형제자매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 [121] 우리의 형제자매를 용서하기를 거부한다면, 우리 마음은 다시 닫히고 굳어져서, 아버지의 자비로운 사랑이 스며들 수 없게 된다. 우리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아버지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열리게 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 #2840 한국천주교 주교회의·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우리 안에 충만히 스며들기 위해서는 이웃을 완전히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용서는 사랑의 완성입니다.

  우리 마음에 어두운 경험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경우는 없겠죠? 가끔 용서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런 대답을 자주 듣습니다.  “신부님, 그거 별거 아니에요.”  아니면, ”저, 다 용서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일주일 후에도, 한 달 후에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도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각보다 어두운 기억들을 참 소중히 간직하며 심심치 않게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에 어두운 기억의 불씨를 잘 지켜주고 있습니다.  어두운 기억의 불씨가 우리안에서 꺼지지 않고 비추고 있다면, 과연 그 안에 주님의 자비와 사랑의 빛이 들어올 공간이 있을지 묵상을 해봅니다.  아무리 작고 어두운 기억이라도 그 어두운 불씨는 용서의 물로 끄기 전에는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그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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