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일

2023년 7월 16일

  박해를 받던 초대교회 시대에 그리스도교 교리를 확립하면서 박해자들에게 맡선  분들을 교회는 교부들이라고 부릅니다. 이 교부들 중에는 6월 1일에 기념일을 갖는  유스티노라는 성인도 있습니다. 로마의 변호사 출신이었던 유스티노는 그리스도교  교리를 법률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설명하곤 했습니다.

  이런 유스티노 교부의 중신 신학이 “로고스 그리스도론”인데, 유스티노는 로고스 그리스도론을 주장하면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모든 인간 안에,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씨앗처럼 심겨져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하느님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야말로 참된 종교라는 사실을 주장하며,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모든 인간 안에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씨앗처럼 심겨져 있다”는 로고스 그리스도론을 생각하면서, 오늘 복음을 기억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설명하신 농부가 뿌린 씨앗과 밭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비유를 설명하면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마태 12,19)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농부가 뿌린 씨앗이 “하늘나라에 관한 말”, 즉 예수님께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하고 말씀하면서 하신 모든 말씀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들어온 모든 하느님 말씀이라며, 때문에 우리 안에는 이미 충분한 그리스도의 씨앗이 심겨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안에 충분한 그리스도의 씨앗이 심겨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제   그리스도의 씨앗이 심겨진 밭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밭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열매를 맺는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확인해보면 됩니다.

  열매를 맺는 삶을 확인하는 첫 번째 방법은 내가 지금 하느님 말씀을 통한 회개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로 향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하느님께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계속해서 하느님과 멀어지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하면서, 하느님께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하느님과 멀어지는 삶을 살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먼저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악한 자는 나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다는 모든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을 방해하고 유혹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말하는 악한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을 들으면 기뻐하지만,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걸려 넘어가는  사람들은, 기쁘게 말씀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고 삶으로 따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깨닫는 것은, 머리로 말씀을 이해하고  아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로 삶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까지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것은,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우리에게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걱정과 이 세상을 지배하는 재물은 하늘 나라를 위한 회개의 삶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 모두에게 똑같이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려주셨고, 우리가   이를 잘 가꾸어서 좋은 열매를 맺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먼저 기억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지금 내 안에 심겨진 말씀의 씨앗이 성장해서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씨앗을 뿌린 농부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 밭을 관리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의 밭을 관리하도록 합시다.

  하느님 말씀과 성사를 가까이하면서, 계속해서 주님께 도움을 청한다면, 우리의  밭은 언제나 좋은 열매를 맺는 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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