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

2021년 8월 15일

  8월 15일 오늘은 한민족이 일본으로부터 광복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며, 성모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불러올림을 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성모승천대축일입니다. 예전에는 “성모승천”이 아니라 “성모몽소승천”이라고 표현했었습니다. 이는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예수님과 달리 하느님께로부터 불러올림을 당하셨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피동사로 쓰이는 “몽소(蒙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성모승천대축일이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을 끝내시고, 몸과 영혼을 그대로 가진 상태로 하늘로 올림을 받으셨음을” 기억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는 성모님과 관련하여 믿을 교리 4가지를 가르쳐줍니다. 첫 번째는 완전한 인성을 갖고 태어난 하느님인 예수님을 낳은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교리이고, 두 번째는 성령의 힘으로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셨으며, 특별한 은총으로 “평생동정”을 지켰다는 교리이고, 세 번째는 하느님께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실 마리아에게 특별한 은총을 허락해서 “원죄 없이 잉태” 되었다는 교리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 생활을 마칠 때, 하느님에 의해서 하늘로 올림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성모승천” 교리입니다.

  여기서 성모승천 교리 외에 성모님에 대한 3가지 교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께서 완전한 하느님이시며 완전한 인간이시라는 사실을 더욱 강조해 주는 교리들입니다. 그런데 성모승천 교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성모님을 신앙인의 모범으로써 제시하는 교리입니다.

  또한 성모승천 교리는 성모님에 대한 믿을 교리 중에 가장 최근에 교회에서 인정한 교리입니다.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가 “원죄가 없으시고 평생 동정이신 하느님의 어머니마리아는 현세생활을 마친 후 육신과 영혼이 함께 하늘로 올라가 영광을 입으셨다는 것을 믿을 교리로 밝히고 이를 선언하는 바이다”라고 공표하였습니다.

  그렇다고 1950년 이전에 교회 안에 성모승천에 대한 신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초기교회 때부터 성모몽소승천은 전승으로 전해졌고, 교회에 중요한 신심 중의 하나였습니다.

  1950년 직전에 전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한다면, 교회가 왜 성모승천 교리를 교회의 믿을 교리로 받아들였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50년에 6·25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에, 그럴 여유조차 없었지만, 1950년 즈음 유럽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에 전쟁의 후유증을 크게 앓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이 겪은 전쟁의 후유증은 육체적인 가난과 질병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실제로 보고, 듣고, 경험한 사람들이 인간의 잔인함과 폭력성 앞에서, 더 이상 인간이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이며,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존귀한 존재임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허무주의와 염세주의 그리고 무신론 등이 사람들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교황 비오 12세는 성모승천 교리를 통해서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한 인류에게, 선하신 하느님께 창조된 인간이 지니고 있는 품위와 고결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토록 비천한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사실을 세상에 전하였습니다. 더불어서 우리도 성모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서 살면, 하느님 닮은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지난 2년여간 지속되고 있는 팬더믹으로 인해서 인류는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로 인한 고통과 두려움으로 인해서, 또다시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을 닮은 선한 모습을 외면하고 하느님과 인간을 피하여 몸을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성모승천대축일을 지내면서 인류가 성모님의 모습을 본받아서 다시 하느님 닮은 모습을 회복하여, 우리도 지상 여정을 마치고 하느님 나라로 불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도록 합시다.

“당신을 통해서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말씀이 이루어졌나이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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