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2018년 8월 5일

푸른 녹음이 하늘을 가득 메우는 8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햇살에 그 열기에 녹음의 그늘을 찾아다니는 태양의 계절입니다.

지금 한국은 지금 견디기 힘든 더위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 뉴욕도 예년에 비해 습해서 무더운 날씨를 보입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사실 추운 겨울보다 건강에 더 안 좋다고 합니다. 주변에 독거 이웃이 있으면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는 것도 좋은 이웃 사랑이 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이 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 짜증 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위에 신경 쓰고 무거운 뉴스만 듣기보다는 시원한 물 모금에 가벼운 음악을 듣는 것도 좋고 주일 복음 말씀으로 위로받으며 망중한의 묵상을 잠시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난 주일 “오병이어” 기적에 이어 오늘 연중 18주일 복음(요한 6: 24-35)은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에 대한 교훈의 말씀입니다. 더위에 짜증 나는 여름 주님의 기쁜 소식이 한줄기 소나기가 되어 그 짜증과 걱정이 다 씻겨 내려갈 희망의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오병이어의 기적에 모든 사람이 놀래서 예수님을 왕으로 추대하려 하자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으로 갑니다.이에 사람들도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막연하나마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들의 희망은 인간적인 아주 현세 구복적인 바람입니다.

지금 당장 배고프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기적을 일으키는 분이라면 앞으로도 아무런 고통이 없게 해주실 분이라고 믿습니다. 그야말로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같은 순진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26) 미래 지향적 믿음이 아니라 현세 구복적 믿음에 예수님은 한탄하십니다.

우리의 구원은 지금 당장 모든 고통과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고 무탈하게 안녕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현재의 고통이 무겁고 힘들어 한순간도 더 버틸 수 없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너무 아파 어쩔 수 없이 몸부림치며 치유를 갈망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너무 슬퍼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절망의 한가운데 서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움의 청원을 합니다.

이런 청원은 하느님은 당연히 들어주십니다. 광야에서 배고파 아우성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만나를 보내주신 것처럼, 들판에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 물고기로 배불리 먹인 기적처럼 하느님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기적을 보내주십니다.

그 만나가 맛이 없다고 투정 부리지 않는다면, 나누어 주는 빵과 물고기를 배불리 먹고도 욕심내어 내 주머니에 넣고 싸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내 곁에는 항상 나의 삶의 짐이 무거워 잠시 내려놓을 때 위로해주고 힘을 주는 말동무가 있습니다. 아파 몸부림칠 때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아파하며 치유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항상 그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투정 부리며 불평하면 그 사람은 평생 그렇게 살아갑니다.

모는 살아있는 생명은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갑니다. 그것이 삶의 진리입니다. 그 무거운 짐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삶의 짐이 오히려 삶의 행복의 씨앗이 됩니다. 우리가 내일 행복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적당한 걱정은 우리로 하여금 내일을 준비하게 합니다.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입니다. 슬픔에 못 이겨 흐르는 눈물은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소낙비와 같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삶은 그 무게를 이겨내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무게를 지고 살아갑니다. 남의 무게가 내 것보다 가볍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누구에게나 그 무게는 무겁습니다. 내 것이 무거운 것처럼 남의 것도 무겁다고 인정해주면 우리의 삶은 참 가슴 뿌듯하게 위로받는 삶이 될 것입니다.

생명의 빵

오늘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바라시는 것은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의 표징을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이 표징은 그 기적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더 큰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라는 것입니다.

표징은 보여지는 것 이외에 깊은 내면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진리는 절대적인 구원이며 그 구원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데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진리는 그저 바라기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바라는 이가 “하느님의 일”에 동참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빵은 순간적 포만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빵이라는 진리입니다. 이 진리는 바로 하느님께서 보낸 이를 믿고 따른 것이 바로 “하느님의 일”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선포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35)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것은 바로 우리 현실을 부정한 몽상이 아니고 현실의 모든 욕망을 버리는 금욕의 삶도 아니라 바로 함께 더불어 삶의 무게를 나누고 위로하고 치유하면서 이겨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언제나 “생명의 빵”을 먹게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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