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일

2022년 4월 3일

사순 제5주 주일, 봄이 무르익는 사월의 첫 주일을 맞이하면서 사순 시기의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기도와 단식 그리고 자선으로 대표되는 사순 재계를 잘 지키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떤 분은 벌써 사순 결심이 무너져 속상하다고 토로하기도 하지만 하느님께는 실패란 말은 없습니다. 하느님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준비일 뿐입니다. 조금 늦어질 뿐입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하여 더 많이 배워서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2주 전 주일에 미사 중에 마스크 착용의 자율화 시기에 대한 설문을 조사하였습니다. 결과는 더 많은 분들이 자율화를 부활 주일 이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하셨습니다. 이에 단체장들의 의견과 교구의 의견을 들어보고 현재 감염 상황을 살펴보고 시기를 결정하였습니다.

   현재로서 마스크 착용 자율화 시기를 4월 말 이후로 하려고 합니다. 즉 4월 말까지는 모두가 미사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협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마스크 착용 자율화를 실시하더라도 각 개인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장하며 지속적으로 손 소독을 열심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안전이 또 이웃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사실을 언제나 주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점점 팬데믹 상황이 안전해짐에 따라 좀 더 여유롭게 일상 생활을 하고 더 활발하게 본당 활동도 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팬데믹’을 넘어서 “엔데믹” 이란 말이 들려옵니다. 엔데믹은 때가 되면 나타나고 또 지나가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계절 독감처럼 정착하리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요한복음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말씀입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요한 8:7)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8: 9) 이렇게 하나씩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자성의 능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미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잠시 잊었던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자신의 죄를 먼저 살피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남을 심판하는 것의 부조함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를 시작하면서 참회경, 즉 “반성 기도”을 외웁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각자가 자신의 잘못을 먼저 반성함으로써 정화되면 서로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하면서 화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남의 잘못을 먼저 보고 비판하고 심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숨겨버립니다. 그러나 자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이를 가리기 위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야기에서 가장 큰 감동은 나이 많은 이들부터 하나씩 자리를 뜨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이 바로 구원의 행렬같이 느껴집니다.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창피하고 비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칭찬을 들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아집과 알량한 자존심으로 속으로는 반성하면서도 겉으로 아닌 척 옹고집을 부리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행위입니다. 이를 예수님께서 경계하시는 것입니다.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안타까운 습관입니다.

   그렇기에 기도하고 단식하여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고 나아가 남에게 자선을 행하면서 겸손과 자비를 습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들으며 반성해봅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완고함을 깨달았을 때 스스로 이를 깨고 하느님께 귀의하는 용기를 갖기를 기도합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 어렵지 않기를 바랍니다. 괜찮다는 말이 목의 가시처럼 걸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아가 비판이나 심판보다 칭찬이나 위로를 한 번 더 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서로 만날 때 빙그레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8: 11) 를 되새기며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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