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3주일

2022년 3월 20일

  사순 제3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사순 시기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지난 3년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 19 바이러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때이지만,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나약함을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형제애를 모르는 이들의 회개를 위해서 지치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청하도록 합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한 펜더믹을 겪으면서,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목격하면서 선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왜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창조해두셨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더 가난하고 더 약한 이들이 더 큰 피해를 받게 허락하셨는지 물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우리들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순간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단정하며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하느님을 나의 창조주요 구원자로 믿으면서 계속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하느님의 존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창조주요 구원자로 믿으면서 계속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느님의 존재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계속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께 대한 목마름과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을 겪으면서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영원한 생명과 참 기쁨이 있는 하느님께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과 절망으로 항하고 있는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하느님께 대한 목마름과 배고픔을 겪으면서 길을 걸어간다고 느낄 때, 내가 가고 있는 방향과 목적지가 올바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은 하느님의 말씀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서 가고 있다면, 지금의 목마름과 배고픔은 하느님께서 나를 정화시켜서 당신을 닮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시켜주기 위해서 주신 도전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배부르고 기쁘더라도 하느님 말씀과 떨어져 있다면, 그것은 바닷물을 마시면서 갈증을 해결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 이스라엘이 겪은 체험도 이와 마찬가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집트를 탈출하는 순간부터 이스라엘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의심과 선택을 강요받아 왔습니다. 40년간 광야를 떠돌아다녔을 때나, 약속의 땅에서 가나안 부족과 섞여 살던 판관기 시대나, 다윗 솔로몬 시대를 거쳐 유배를 다녀와서까지,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며 하느님과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에게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고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는 회개를 반복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이 회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오늘 제1독서에서 “나는 있는 나다”라고 하면서 당신을 계시해준 “야훼 하느님”에 대한 체험 덕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은 “나는 있는 나다(I am who am)”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하느님의 이름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기 전에 당신을 소개했던 장면과 하느님의 이름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을 알려주기 전에 다음과 같이 당신을 소개하셨습니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탈출 3,7)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이 겪는 고난을 보고,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겪는 고통을 아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좋고 넒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가주시는 분이십니다. 지금 우리의 감각으로 하느님의 활동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지라도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기 위해서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우리는 스스로 살아계시며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경험하면서, 하느님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분명히 살아계시며 우리를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합시다. 기도와 단식과 자선이 우리에게 야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키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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