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6월 25일

오늘은 예수 성심 성월인 유월의 마지막 주일이면서 한국 전쟁 발발 기념일입니다. 예수 성심성월 동안 예수님의 구원의 사랑을 묵상하고 그 사랑을 닮으려는 노력이 우리 신앙심이라는 진실을 깨닫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을 넘어서 예수님과 닮아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하는 “따라쟁이”들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인 척하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예수님의 사랑을 따라 하다 보면 우리도 그 사랑을 배우고, 그 사랑을 서로 나눌 수 있게 되면, 그것이 바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의 성심이 우리의 성심이 되게 하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사제들에게 예수 성심의 표본이 되고 모델이 되길 원합니다. 사제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닮아 양들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듯이 예수님의 성심을 닮도록 이끌라는 것입니다. 사제의 사명입니다.

  25년 전 6월 27일 아침 브루클린 성 제임스 교구좌 성당에서 데일리 주교님으로부터 사제품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신자들은 이렇게 축하해 주셨습니다. “성인 신부 되세요. 성인 신부 되길 기도드립니다.” 참 좋은 덕담이지만 부담감이 어깨를 누르는 무거운 덕담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성인 신부 되세요.” 하면 속으로 이렇게 답하며 그 무게를 덜어보려 했습니다. 웃기지 않은 소위 아재 개그로…… “이미 성인인데요. 이제 애들이 아니에요.”

  성인 신부……이것은 모든 신부들의 꿈입니다. 모두가 착한 목자로 주님의 양들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고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하는 착한 목자이길 바랍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손길로, 예수님의 발길로……양들을 위로하고 양들을 응원하면서 양들과 함께 늘 푸른 풀밭을 향해 가는 착한 목자이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착한 목자가 바로 예수 성심을 닮은 사제입니다.

  25년간의 신부 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성인 신부는 혼자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신자들과 함께 웃고 울고 괴로워하고 행복해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점점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양들이 없는 목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양들을 보호하지 않는 목자는 더 이상 목자가 아닙니다. 또한 목자가 없는 양들은 갈 길을 잃어 방황하게 됩니다. 목자와 양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푸른 풀밭으로 가야 하고 또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목자가 찾는 푸른 풀밭은 세상이 원하는 밭이 아닙니다. 양들이 찾는 것은 멀리 있는 풀밭이 아니라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사료일지도 모릅니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사료를 두고 멀리 있는 풀밭까지 목자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양들이 많습니다.

  풀밭은 양들을 건강하게 하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사료는 편하지만 양들의 건강보다는 더 빨리 수확하기 위한 주인의 유혹과 같은 세상의 욕망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0: 26-33)은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알리는데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세상을 두려워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멀리하거나 가슴 속에 담아두기만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붕에서 선포하라.”( 10: 27) 하고 명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은 마치 목자를 따라 푸른 풀밭을 향해 가는 여정과 같습니다. 그러나 편한 사료를 선호하듯이 세상이 두려워 말씀을 감추고 하느님을 부정하면 오히려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목자의 존재 목적은 양들에게 푸른 풀밭을 찾아 데려다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양들이 두려움에 떨고 목자를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반면에 목자가 양들의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그 또한 목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양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야 합니다. 너무 어려운 길은 기다려 주거나 도와주면서 함께 가야합니다. 한 마리 양도 잃지 않으려는 사랑이 목자의 가장 큰 덕목이라는 것입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혼자의 능력이나 의지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양들과 함께 가는 목자처럼 공동체와 사제가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삶으로 선포할 때 하느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10: 30-31) 우리를 귀하게 여기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가 이 사랑을 믿고 경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온전히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두려움 없이 선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움 없이 세상의 욕망을 버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미움과 반목과 비판이 아니라 사랑과 포용과 이해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경험을 기도 속에서 하고, 가정의 믿음 생활에서 하고, 교회 공동체 성사 생활과 전례와 봉사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끄는 이는 교회의 목자인 사제입니다. 그러니 사제가 공동체 식구들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잘 이끌기를 기도해 주어야 합니다.

  사제도 응원이 필요하고 위로가 필요하고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 본당은 예수 성심 성월 마지막 주일을 맞아 사제 성화를 위한 기도와 음식을 함께 나누며 예수님의 사랑도 나누며 본당 사제들을 위해 위로와 격려와 기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수품 6년째인 박 요한 신부와 26년의 중견 사제가 된 남 벨라도 신부와 25주년을 맞은 저희가 성인 신부가 되길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세상 사람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안다고 증언하길 바랍니다. 그러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우리를 안다고 증언하실 것입니다. (참조 10: 32-33) 평화로운 푸른 풀밭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증언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요한1서 4: 8) 우리는 그 사랑을 따라하는 주님 “따라쟁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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