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3년 3월 5일

오늘은 사순 제2주일, 삼월의 첫째 주일입니다. 어느새 2023년의 겨울을 보내며 춘삼월을 맞이했습니다. 아직 날씨는 춥지만 그래도 그 추위의 느낌이 황량하지 않고 포근함이 배어 있는 느낌입니다. 정원을 보아도 벌써 이른 봄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웃 잔디밭에서 피어나는 보라색 크로커스꽃이나 노란 개나리꽃이 폈습니다. 봄은 여지없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도 주님과 함께 즐겁고 따듯해지길 바랍니다.

  오늘 오후에 지난 주에 예고한 대로 올해 메리놀 한국 선교 100년을 기념하며 미주 메리놀 총 원장 신부님인 김학범 알퐁소 신부님이 대부분 미사 강론을 해주시고 오후 특강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고국의 신앙을 위해 삶을 바친 메리놀 신부님들의 신앙적 사랑을 기리며, 이제는 그분들의 사랑에 보답하여 더 많은 곳에 주님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도와줄 때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알퐁소 신부님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영적 물적 도움으로 세계 선교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눔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전교의 중심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나누어 주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서로 나누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순 시기의 시작점에서 주님의 사랑 나눔을 기리며 우리도 주님을 따라 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 “따라쟁이”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따라 하며 말도 배우고 삶을 배운다고 합니다. 그렇게 따라 하다 보면 점점 실력이 늘어 스스로 일어나 걸어가고,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하다 보면 예수님처럼 사랑 나눔이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더욱 환하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열심히 예수님을 따라 하는 때입니다.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예수님처럼 이웃에 귀 기울이고, 예수님처럼 아픈 이를 위해주고, 예수님처럼 슬퍼하는 이를 위로해주며 그렇게 예수님을 닮아가는 시기입니다. 예수님의 거울처럼……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에 의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관한 말씀입니다. 이 복음은 공관복음 모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의 진정한 정체와 다가오는 미래들 드러내십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승천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예수님의 수제자라고 할 수 있는 베드로, 야곱과 요한만이 이 자리에 함께했는데, 그들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거룩한 변모의 의미를 정확히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이 경험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고 성령을 보내주신 다음에야 정확하게 깨닫게 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이 과거에 대한 회한의 푸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아는 것에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고 있는 것과 그를 깨닫는 것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다 압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끊는 것과는 다릅니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야 비로소 담배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안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알고 있다는 것은 그렇게 행한다는 것을 포함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을 안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는다는 것이고, 믿음은 행동이 따른다는 것이고, 이는 삶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사실 바리사이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기적을 목격했음에도 모른다고 부인하며 더 많은 표징을 원합니다. 알지만 알지 못합니다. 믿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목격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었지만 아직 그 믿음 인간적인 지식에 머물러서 하느님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무서워합니다. 두려움 속에 들은 구름 속의 목소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으신 후 사흗 날에 부활하시어 승천하시고 성령을 보내신 후에야 진정으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아는 것을 예전에도 알았더라면 우리의 삶의 모습이 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회는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알고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는 것을 깨달아 행동으로 옮긴다면 내일의 우리 삶은 이미 변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세상에 남아있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셨기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예수님의 말씀을 온 마음과 목숨을 바쳐 실천하여 예수님을 닮아갔습니다. 그리고 순교를 통하여 예수님의 발자취를 세상에 남겼습니다. 우리가 따라 갈 수 있게……

  사순 시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을 온몸과 마음으로 깨닫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시간입니다. 그렇게 예수님 ‘따라쟁이’가 예수님의 닮은 꼴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우리도 예수님처럼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경험합니다.

  구름 속에서 들려온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오늘도 예수님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닮아가기 바랍니다. 그렇게 예수님 ‘따라쟁이’가 되어갑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태 17: 5)

  예수님은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 이렇게 위로하고 용기를 주십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1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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