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2년 7월 3일

오늘은 연중 제14주일로 칠월 첫째 일요일이며 7월 4일 독립기념일로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언제 여름의 시작에 반가운 연휴가 바로 독립 기념일 연휴입니다. 특히 지난 유월 내내 여러 행사로 정신없이 바쁜 주일을 보내고 맞이하는 나름 한가한(?) 연휴 주일을 맞으니 왠지 마음이 홀가분한 느낌 듭니다.

  이제 본격적인 망중한의 여름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여름,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삶의 번잡함과 수많은 유혹으로부터의 한가로움을 찾는 피정의 시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복음은 루카 복음의 10장에 72명의 제자들을 지명하시어 모든 고을로 전교 여행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청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10:2)

  이 말씀은 ‘사제 성소’를 위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성구입니다. 사제 성소를 위한 기도는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기도입니다.

  한 사람의 사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제가 성소를 지키며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지키는 목자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성원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성소는 한 사람의 의지로 시작하지 않고, 공동체의 구원에 대한 염원과 기도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염원과 기도가 누군가에게 하느님의 부름이 되고 그 부름에 응답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성소입니다. 거룩한 부름입니다.

  오늘 일흔두 명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명을 받들어 세상으로 나갔습니다. 세상으로 나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예수님의 이 말씀으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10:3)

  이렇게 위험한 길을 떠나보내면서도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너무나도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복안은 “믿음”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니 하느님을 믿고 떠나라는 것입니다.

  이 믿음은 마을 사람들의 믿음으로 드러납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제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해 주실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먼지를 털고 다른 마을로 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음식을 얻어먹으며 전교를 하는 것은 바로 단순히 하느님의 말씀만 전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말도 함께 들으라는 것입니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풍습으로 집에 초대하여 식사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삶을 나누는 형제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지식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모습입니다.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성소는 이러한 삶에 대한 하느님의 부름에 대한 응답입니다. 사제의 삶이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닮으려는 삶입니다. 인간적으로 미약하지만 믿음이 있기에 하느님의 영이 그들 안에서 역사하십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주님의 이름 때문에 마귀들까지 저희에게 복종합니다.” (10:17)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