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2년 2월 6일

  오늘은 연중 제5주일이며 2월의 첫째 주일입니다. 지난 2일 설날을 지내며 우리에게 주어진 두 번의 새해 첫날이 다 지나갔습니다. 이젠 음력으로 하든 양력으로 하든 새해 맞습니다. 2022년 새해에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매일 성찰하고 기도하는 생활이 되길 기도드립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코비드를 두려워하거나 이 상황을 원망하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이에 맞는 건강한 삶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복음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일상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구원의 전교를 시작하실 때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이는 현재의 삶을 성찰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새롭게 삶을 설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팬데믹 전의 삶을 그리워하기보다, 또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비관하기보다 현재를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하느님께서 아담을 창조하시고 이브를 창조하신 이유를 다시 한번 묵상하게 됩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기 2: 12) 이렇게 우리 삶의 중심은 부부로 시작하는 공동체이며, 이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이웃과 사회입니다. 우리는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존재적 의미를 하느님 안에서 확인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가려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믿으며 그 말씀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찾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 모두의 가슴 깊이 새기는 작업이 바로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우리가 모여 기도할 때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고 지혜가 되십니다.

  이 믿음은 혼자만의 믿음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믿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즉 기도는 개인의 기도뿐만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기도할 때 그 힘이 열 배 스무 배가 되고 백 배가 된다고 예수님은 알려주십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을 뽑으십니다. 당신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며 우리의 교회 공동체가 겨자씨가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큰 나무로 자라나듯이 성장하게 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오늘의 복음(루카 5: 1-11)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말씀에 어떤 엄청난 권위와 힘이 있는지 잘 알려줍니다. 이러한 힘으로 당신 혼자 세상 구원을 이루려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과 함께 더불어 이루려 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의 은총을 받기 위해 몰려드는 많은 군중을 피해 시몬의 배에 오르신 예수님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5: 4)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에 시몬은 밤새도록 애썼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사정을 설명하면서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합니다. 그렇게 하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습니다.

  여기서 시몬 베드로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5: 8) 고기를 많이 잡은 사실에 기뻐하기 보다 예수님의 엄청난 능력에 겸손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와 이런 고백을 한 것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베드로와 또 함께 있던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 하지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5: 10) 이 말씀에 그들은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우리가 바라는 삶의 구원이 매우 이기적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그 행복을 위한 삶의 모습이 반인륜적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지만 다같이 행복하기 보다 이웃을 이용하여 내 욕심을 채우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웃에게 인정 받기를 바라면서 남은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남을 속이거나 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에게 “깊은 곳으로 저어 나가 그물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깊은 곳”은 위험하고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경쟁이 없는 곳입니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이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길입니다. 교회의 길입니다.

  이를 현대적 경제이론으로 말하면 ‘Blue Ocean Strategy”입니다. 예수님은 이천 년 전에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길을 박해의 죽음을 무릅쓰고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교회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 공동체가 깊은 곳으로 저어 나갈 때입니다. 과거의 영광으로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 더 깊은 데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 각 개인과 가정의 삶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가족 관계가 필요합니다.

  누구 한 사람이 가족을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그 책임을 조금씩 분담해야 합니다. 엄마의 무한한 희생적 사랑이나 아빠의 버티기 힘든 무게를 어깨에 홀로 지고 가던 사랑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사랑도 나누는 시대입니다.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사랑의 책임은 단순히 빵이나 사회적 성공 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서로 도우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웃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기본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전할 사람을 찾으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이에 이사야 예언자가 아룁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야 6: 8)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