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7월 21일

오늘은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7월 21일로 어느새 칠월의 월말로 접어들면서 오늘은 중복입니다. 닭들이 수난(?)을 당하는 날입니다. 흐리고 습도가 높아 무더운 날입니다. 삼계탕으로 또는 맛있는 음식으로 식구들이 함께 즐겁게 더위를 이기시길 바랍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칠면조를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전통이 있어 수백만 마리의 칠면조를 위해 기도하거나 백악관에서는 방면을 해주는 관습이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며 오늘 우리의 건강을 위해 희생(?)하는 수많은 닭들을 위해 고마운 마음을 가져봅니다.

별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봅니다. 이런 의미 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합니다. 언제나 진지한 생각은 삶을 너무 무겁게 합니다. 필요한 생각만 하고 필요한 말만 하고 필요한 일만 하는 이는 없습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누구와는 쓸데 없는 이야기로 한바탕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운동이나 게임을 하며 지친 삶의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구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욱 친근하고 화목한 관계를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관계는 농부가 밭을 일구듯이 가꾸어야 합니다. 밭을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가득해져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습니다. 씨를 뿌리고 싹이 트면 다 된 것 같지만 수확을 하는 순간까지 항상 가꾸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밭을 가꾸는 일은 소소한 일들 하나 하나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의 중심은 관계입니다.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 자신과 가족과의 관계, 자신과 이웃과의 관계, 등등 그 관계의 중심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은 단순히 아끼고 어여삐 여기는 마음 만은 아닙니다

상대방과의 대화입니다. 대화는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합니다. 누구 말마따나 별 쓰잘데기없는 이야기가 가벼운 웃음을 나누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이를 통해 무거운 주제도 쉽게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 마켓팅에서 중요한 부분은 자사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선전하기 보다 제품의 숨은 이야기는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를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이라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은 비유를 들어 서로 다른 깊이의 믿음을 설명하십니다. 이를 직접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지만 구지 비유를 들어 말씀하심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비유를 통해 쉽게 이야기에 접근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유를 이해했을 때 소소한 성취감(?)도 들며 예수님께 더 가깝게 느끼게 합니다.

대화는 언제나 무겁고 진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벼운 일상의 대화가 오히려 서로의 친근감을 더합니다. 가족끼리는 더욱 필요한 소소한 잡담입니다. 집안에 들어가면 대화가 없는 가족이 참 많습니다. 대화의 대부분은 염려하는 말과 더불어 꼭 필요한 말만 무겁게 나눕니다. 가족끼리는 서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또는 매일 만나니까 구지 애들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겸연쩍어서 대화가 너무 경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 다음에 제자들이 물어봅니다. “왜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십니까?” (마태오13: 10) 이에 답변을 하시는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닫고서는 돌아와 내가 그들을 고쳐 주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13: 15)

비유와 같은 가볍게 무거운 주제를 던지는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생각하게 하고 대화에 참여하게 하기에 서로 이해하고 친밀하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사랑하게 합니다. 배려하고 존중하고 자비를 베푸는 관계입니다.

오늘 습도 높은 날씨로 짜증이 나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삶을 나누며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머물기를 바랍니다. 매일 스토리 텔링의 감성으로 서로가 더욱 가까워지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만 하기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줄 귀가 열릴 것입니다.

시편 78(77),18-19.23-24.25-26.27-28(◎ 24ㄴ 참조)
◎ 주님은 하늘의 양식을 주셨네.
○ 그들은 마음속으로 하느님을 시험하며, 욕심대로 먹을 것을 달라 하였네. 하느님을 거슬러 그들은 말하였네. “하느님이신들 광야에다, 상을 차리실 수 있으랴?” ◎
○ 그분은 높은 구름에 명하시고, 하늘의 문을 열어 주시어, 만나를 비처럼 내려 그들에게 먹이시고, 하늘의 양식을 그들에게 주셨네. ◎
○ 천사들의 빵을 사람이 먹었네. 주님이 양식을 넉넉히 보내셨네. 하늘에서 샛바람 일으키시고, 당신 힘으로 마파람 몰아오셨네. ◎
○ 그들 위에 먼지처럼 고기를, 바다의 모래처럼 날짐승을 내리셨네. 그들 진영 한가운데에, 천막 둘레에 떨어뜨리셨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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