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일

2021년 5월 16일

오늘 부활 제7주일의 제1독서는 유다의 배신으로 공석이 생긴 12사도의 빈자리에 마티아가 새롭게 뽑힌 이야기입니다. 베드로는 12사도들의 으뜸이며 교회의 반석으로서, 사도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시편 69편과 109편의 말씀을 인용하여,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될 사도를 뽑아 세웠습니다.

  베드로는 “주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던 때부터 시작하여 예수님께서 우리를 떠나 승천하신 날까지 함께 한 사람”을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될 새 사도의 기준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이 기준에 합당한 사람은 “요셉과 마티아 두 사람이었습니다.” 사도들은 그들 중에서 제비뽑기를 통해서 마티아를 마지막 열두 번째 사도로 뽑았습니다.

  베드로를 통해서 우리가 알게 된 사도의 기준과 마티아가 뽑히는 과정을 보면서, 사도들의 후계자인 교황과 주교단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직전에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떠나신 것과(사도 1,8), 그 뒤에 갑자기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나서,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는 말씀을 함께 생각하면, 새롭게 뽑힌 사도는 교황과 주교단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뽑힌 사도는 세례성사로 새롭게 태어나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교회의 구성원 모두가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하느님 곁으로 떠나기 전에,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할 사명을 받게 될 교회의 구성원들 모두인 우리 모두를 위해서 기도하신 적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도 예수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세상에 남아서 당신의 부활을 증언해야 하는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께 기도하신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먼저,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신 이유는, 세상이 아직 하느님 나라로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이 예수님을 미워하고 거부한 것처럼, 앞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할 교회의 구성원들도 박해를 받고 거부당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께서 떠난 뒤에 세상에 남아서 당신의 부활을 증언할 우리를 위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기도는 하느님 아버지께 청하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기도의 당사자인 우리에게도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신께서 이 세상에서 악의 유혹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우리도 악의 유혹에 맞서 싸우게 될 것을 미리 알려주신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악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당신처럼 세상의 미움과 박해를 받겠지만, 그 과정에서 당신께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충만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충만할 것임을 미리 알려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당신께서도 우리를 세상에 보냈다고 하시면서, “이들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7)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세상의 유혹에 맞서 싸우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충만해짐으로써 거룩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세상의 유혹에 맞서 싸우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면,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충만해지고 그렇게 해서 거룩하신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신 말씀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서 당신의 부활을 증언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느님 아버지께 보호를 청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용기와 힘을 낼 수 있는 말씀을 함께 남기셨습니다.

  세상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삶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제2독서에서 요한이 증언하는 것처럼,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 안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 악의 유혹에 맞서 싸우면서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을 겪게 되시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셨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시며, 예수님께서도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충만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용기와 힘을 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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