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2021년 4월 18일

우리 본당에서 지난해부터 성경통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구역분과의 주관으로 본당 설립 50주년을 준비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 공동체에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하고, 이를 기억하기 위해서 3년 프로젝트로 성서필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혹시 성경 통독이나 필사를 아직까지 시작하지 않은 분 있으신가요?

   하느님 말씀을 담고 있는 성경이 인간 구원에 관한 진리를 선포하고 있기 때문에 성당에서 성경을 읽으라고도 하고, 필사하라고도 하고,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겨달라고 부탁하고 강조합니다. “진리”라는 표현을 듣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미 성경 안에 많은 과학적 오류가 있고, 윤리 도덕적으로도 지금 우리의 관점에서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회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성경이 “인간 구원에 관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선포하고 있으며, 태초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탄생과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말씀이 현실이 되었음을 목격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루카 24, 44)는 말씀과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루카 24, 46)는 말씀을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님 스스로가 태초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이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이를 확인 시켜 주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말씀과 행적이 기록되어 있는 4복음서는 성경 안에서도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4복음서는 각각의 공동체가 처해있던 상황에서 우리의 구원자이신 주님이 누구이신지를 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술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표현과 내용에서는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명을 부여하시는 장면에서도 각각의 복음서마다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을 약속하시면서, “모든 민족들에게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는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르코 복음에서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는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요한복음과 루카복음은 모두 “죄의 용서”에 대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차이점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이 말씀과 성사 안에서 죄를 용서해주는 공동체의 모습을 강조해서 전해주고 있는 반면에, 루카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도움으로 성경을 깨달은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깨닫고, 이 일의 목격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루카복음은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이라고” 복음서를 시작하면서 복음서 지필 목적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루카복음이 증언하는 제자들이 깨달은 성경의 내용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전해주는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카 24, 47)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선포와 이 일의 증인”으로서의 삶이 성경을 깨달은 제자들의 삶이라고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인해서 우리가 죄를 용서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이 사실을 체험하고 있고, 이미 삶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를 하느님의 사랑받는 죄인들의 공동체라고 부르며,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받아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한 걸음 더 내디뎌 달라고 부탁하십니다. 당신의 외아들을 속죄 제물로 삼으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인간을 죄와 어둠에서 해방시키고, 영원한 생명과 기쁨과 행복의 나라로 초대해주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기억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이 기쁜 소식을 세상과 이웃에 알리는 목격 증인이 되어달라고 우리에게 부탁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사랑하셨는지에 대해서 말해주면서, 우리 인간의 구원에 관한 진리가 담겨있는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부탁하신 목격 증인이 되는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도 제자들처럼 주님의 도움으로 성경 깨달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더욱 크게 느끼고 이를 증언하는 제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해서 청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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