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2019년 2월 10일

우리나라의 새해는 두 번이라서 좋습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있고, 새해 복도 두 번이나 받으니 좋습니다.” 덕담은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아무리 많이 들어도 좋습니다. 그래도 우리네 정서로 좋은 말이라도 자주 하기에는 좀 쑥스러운 면이 있지만, 새해 덕담은 공시적으로 두 번을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여러분께 또 인사드립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은 지난 화요일 2월 4일이었지만 지난 주일 떡국을 우리 공동체 식구들과 다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역시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혼자 먹으면 제맛이 않나고, 맛이 없는 음식도 함께 먹으면 맛있어지는데, 지난주일 로사리오회에서 준비한 떡국은 맛이 있어 그 기쁨이 더 배가 되었습니다. 로사리오 회원들의 노고로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따듯하고 넉넉한 새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윷놀이로 각 단체가 긴장과 전율이 넘치는 주일을 즐겼습니다. 주일에 영어 미사 전 윷놀이를 한다는 말에 복사 아이들에게 한마디 하십니다. “윷놀이는 참 재미있는 게임이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윷만 들면 거칠게 변해……” 배 신부님의 날카로운 통찰력은 그날 오후에 증명되었습니다. 윷을 던지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이나 모두 흥미진진하여 격앙된 소리로 응원하고 어필하고……그 열기는 한일 축구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차분하던 사람도 윷만 들면 매의 눈으로 변하였습니다.

사실 윷놀이는 나뭇조각 네 개로 노는 참 간단한 놀이입니다. 이런 간단한 놀이로 그렇게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이 놀이를 만들어 즐긴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합니다.

결국 복잡한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더 좋다는 인식이 들고 이는 가격으로 대변합니다. 항상 더 비쌉니다. 따라서 비싼 것은 좋고, 좋은 것은 복잡하다는 등식 아닌 등식이 성립됩니다. 결국 그 복잡한 기능을 다 쓰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더 비싼 가격에 더 복잡한 것을 사고 힘들어합니다. 결국 그 비싼 물건의 효능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거나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가졌다는 자기 과시일 뿐입니다.

올해 한 해는 좀 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행복이 넘치는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도 너무 깊게 하여 비비 꼬이지 않고 순수한 생각으로 자신과 주변의 삶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여 일을 그르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차분한 준비와 용기로 새로운 도전에 당당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고기를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나아가 그물을 던지라고 알려줍니다. 이에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습니다.

현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김위찬 교수가 만들어낸 용어 “블루 오션”의 경제 지혜입니다. 많은 배들이 쉽게 접근하여 고기잡이 경쟁이 심한 연안 바다인 레드 오션에서 벋어나 남들이 가기 어려워하는 더 깊은 물 즉 “블루 오션”을 개척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깊은 데 즉 블루 오션으로 저어가 그물을 던지라 말씀하십니다. 이는 남들이 하지 않는 모험입니다. 이 말씀은 결국 당시 신앙의 전통과 율법에 사로잡힌 유대인들보다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의 세계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한 생각과 지나친 소유욕은 바로 레드 오션 속의 삶입니다. 우리는 좀 더 단순하고 생각과 좀 더 간편한 소유로 불루 오션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베드로가 자기의 생각과 경험이 예수님의 말씀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던져 많은 고기를 잡은 것처럼 우리도 우리 생각과 경험에 갇혀 스스로를 힘들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에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참조 루카 5: 10-11)

예수님의 제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불루 오션으로 뛰어들어 세상을 낚는 어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똑같이 예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나요? 아니면 공관복음 모두에 나오는 부자 청년처럼 고개를 떨구고 예수님을 떠나갈까요?

새해를 복과 함께 시작하며 어려운 질문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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