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단상

2021년 9월 13일

오늘은 연중 제 24주간 월요일 9월 13일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기념일’입니다. 어제와 같이 화창한 느낌이지만 어제처럼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놓은 날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제같이 날씨가 좋은 듯하면서 끈적거리게 더운 날이면 성모님의 미소를 생각하며 가을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학교도 개학하고 저희 본당도 다음 주일에는 ‘주일 학교’도 개강하여 아이들의 활기찬 재잘거림이 성당에 울려 퍼질 것입니다. 그러면 좀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역시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생명의 소리며 희망의 소리입니다. 예수님도 아이들이 떠들며 노는 모습을 좋아하셨습니다.

오늘의 성인은 예전에 “금구 성요한”이라 불리웠습니다. 금구는 황금 입이라는 뜻이고 이는 ‘크리소스토모’의 번역입니다. 요한 성인을 황금 입을 갖은 분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그분의 설교와 가르침이 황금 입에서 나오듯이 고귀하고 훌륭하였기 때문입니다.

4세기 지금의 터기 안티키아에서 태어나시어 광야에서 은수자들을 본받아 수도생활을 하다 사제품을 받고 후에 콘스탄티노플의 주교에 오릅니다. 성인은 당시 악습에 빠진 사회에 예수님의 말씀으로 회개시키고 개혁하는데 주력하셨고, 특히 탁월한 설교로 황제에게도 두려움없이 예수님의 말씀으로 잘 못을 지적하고 회개하게 하였습니다.

금구라 불리는 요한 성인의 삶에서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말은 많은 미사여구나 현학적 논리가 아니라 간단명료한 하느님의 말씀을 진심을 믿고 따르는 이의 말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장 힘있는 말은 자신이 진실로 믿는 바를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이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일 때 그 말이 거칠고 간단하여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지난 주의 루카 복음 6장 “평지 설교”에 이어 7장의 시작 말씀으로 ‘백인 대장’의 요청으로 예수님께서 그의 노예를 치유해주시는 장면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마태오 복음(8: 5-8)에도 등장하는 이야기로 같지만 그 서술이 사뭇다릅니다.

마태오 복음은 백인 대장이 직접 예수님을 뵙고 자신의 종을 고쳐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런데 오늘의 복음인 루카복음에는 백인 대장이 유다인의 원로를 통해서 예수님께 요청합니다. 이는 자신이 이방이기에 예수님께서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까 걱정해서 원로의 중재자를 통한 것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노예를 치유하는데 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나아가 그의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당시 다른 어느 유대인에게서 보지 못한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이방인에게도 열게하는 열쇠가 된 것입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사실 저는 상관 밑에 매인 사람입니다만 제 밑으로도 군사들이 있어서,
이 사람에게 가라 하면 가고 저 사람에게 오라 하면 옵니다.
또 제 노예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합니다.” (7: 6-8)

백인대장의 신앙고백은 사실 우리가 성체를 모시기 전에 고백하는 우리의 신앙입니다.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으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우리의 믿음은 그저 되면 좋겠다는 기대감의 믿음인지 아니면 오늘 백인 대장의 믿음처럼 절실하고 화고한 믿음인지 성찰해야합니다.

그저 믿으면 좋은니까 남들처럼 예수님을 믿는 것인지, 아니며 우리의 삶을 온전히 예수님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절실하고 확고한 믿음인지 스스로 성찰하면 우리 신앙 생활의 모습이 달라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적당히 믿는 신앙 생활을 경계합니다. 어제 주일 복음처럼 “주님 주님” 하고 따르면서 그 믿음이 확고하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앙은 자라나는 나무와 같습니다. 천천히 자라지만 하늘을 찌를 듯 자라나는 나무와 같거나 하루 밤사이에 눈에 띄게 자라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버리는 갈대와 같은 신앙인지 성찰하면 좋겠습니다.

조급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예수님께 다가가는 우리의 발걸음에 진정한 삶의 행복이 배어나오리라 믿습니다. 그 발걸음은 고난을 극복하는 발걸음이고, 슬픔에 위로가 되는 발걸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한 마디 말이 예수님의 말과 같으면 좋겠습니다.

시편 28(27),2.7.8-9(◎ 6)
◎ 간청하는 내 소리 들으셨으니 주님은 찬미받으시리라.
○ 당신께 도움 청할 때, 당신 지성소로 두 손을 들어 올릴 때, 간청하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
○ 주님은 나의 힘, 나의 방패, 내 마음 그분께 의지하여 도움을 받았으니, 내 마음 기뻐 뛰놀며, 내 노래로 그분을 찬송하리라. ◎
○ 주님은 당신 백성의 힘이시며, 당신 메시아에게는 구원의 요새이시다. 당신 백성을 구원하시고, 당신 재산에 강복하소서. 그들의 목자 되어 영원히 이끄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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