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일

2021년 10월 24일

성경은 예수님을 메시아곧 세상을 죄에서 해방시키시는 구원자로 소개합니다복음의 많은 부분은 죄에 짓눌려 사는 백성을 구원하시는 예수님의 다양한 말씀과 행적을 전합니다우리는 복음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자기 스스로의 힘으로는 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연약함을 깨닫고예수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그분의 구원을 청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리코의 눈먼 이를 고치시고 구원으로 이끄십니다구약 시대에는 질병이 자신의 부덕함으로 인해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여겨졌습니다그래서 병자들은 비록 죄가 없다 하더라도 죄의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우리가 전례 중 참회하며 하느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하는 것처럼예리코의 눈먼 이가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청한 것은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예수님께서는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긴 병자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치유의 기적을 베푸셨습니다그들의 죄는 묻지 않으시고그들이 죄에서 해방되었음을 병의 치유로서 보여주셨습니다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죄의 그늘에 갇혀 있는 백성들이 다시 빛이신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시는 분즉 구원으로 이끄시는 분이십니다복음은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 죄가 씻어지고 구원을 얻을 수 있음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구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십니다그분께서 예리코의 눈먼 이를 치유해 주실 때 말씀하시기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십니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기로 구원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것입니다이와 달리 오늘 예수님께서는 구원이 인간의 믿음에 달려다는 말씀을 하십니다이 말씀은 우리가 자기 스스로의 믿음으로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합니다. 2주 전 복음에서는 제자들이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하십니다그래서 지난 복음의 내용과 달리 오늘 예수님께서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구원이 우리의 믿음에 달려있다고 하시는 말씀은 우리를 놀랍게 합니다예수님께서는 마태오 복음 17장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제자들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그들이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하십니다하느님께 대한 강한 믿음만 있으면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엄청난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우리의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말씀입니다잘못 이해하면구원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이는 과거 성 아우구스티노가 펠라지우스 이단과 벌인 오랜 논쟁을 상기시킵니다인간의 구원은 인간이 얼마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펠라지우스에 대항하여 아우구스티노는 하느님의 은총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입장에 더 무게를 싫었고결국 교회는 아우구스티노의 은총론을 교의로 받아들이고 펠라지우스를 이단으로 단죄하였습니다현재도 교회의 분명한 입장은 인간의 구원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에 있다는 것입니다그래서 오늘 말씀을 근거로 하느님의 은총을 배제하고 인간의 믿음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그보다 구원은 우리의 강한 믿음이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과 만날 때 큰 힘을 낸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믿음이 우리 자신을 구원으로 이끄는지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든지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전제합니다믿음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자신을 맡긴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곧 내가 원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것이 곧 하느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뜻에 일치할 때우리의 믿음이 우리 자신을 구원으로 이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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