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2018년 6월 24일

많은 신자들이 경험하고, 또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이 늘 같은 죄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고해성사를 받고 나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다짐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같은 죄에 빠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노력해도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죄를 반복하는 것보다도, 그로 인해 스스로 낙담하는 것을 악마가 가장 바란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차단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같은 죄를 반복하는 것처럼, 새롭게 마음을 다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결코 느슨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똑같은 죄를 고백하는 것을 두고 부끄럽게 여길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는 것은 신앙생활에 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다른 시각에서 보면, 스스로 죄를 반복하고 있음을 아는 것은 성령의 은총이기도 합니다. 자기가 어느 면에서 부족한지 모르는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은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회개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성찰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실망과 좌절에 빠질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은총을 구할 때, 점점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회개하는 삶은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 있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가장 첫 번째 덕목입니다. 자기 삶에 대한 반성 없이는 우리가 하느님 앞에 합당하게 나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당신 계획안에, 세례자 요한이라는 인물을 준비하시고, 예수님께서 세상에 공적으로 활동하시기에 앞서, 사람들을 회개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세례자 요한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회개하고 복음을 믿을 것을 요구하며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지냅니다. 가톨릭 전례 중, 탄생일을 기념하는 인물은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세례자 요한뿐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탄생보다도 부활이 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보통의 성인들은 세상을 떠난 날을 기념합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의 경우 특별히 탄생일을 대축일로 기념하는 이유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이 우리의 구원의 역사 안에 깊은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앞서 언급했던 회개입니다. 그만큼 오늘 축일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함에 있어서 회개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우리가 예수님과의 깊은 친교를 이루기 위해서, 늘 자기 스스로를 성찰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대축일을 지내면서, 복음에 나타난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대해 묵상을 하면서, 복음의 내용처럼, 하느님께서 구체적으로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준비시키신 것은, 그만큼 우리와 깊은 친교를 이루시기 위해서, 우리가 깨끗한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는 계획임을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신학생 때 영성지도를 하신 신부님께서 영성생활을 위한 기본 지침으로 늘 강조하셨던 것이 양심성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하루 동안 거울을 보는 만큼 성찰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사실 하루 동안 우리는 적지 않게 거울을 봅니다.그만큼 겉모습에 신경을 많이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거울을 보는 횟수만큼 내면을 비추어 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만약 우리가 자기 외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자기 내면을 살펴본다면, 내적으로도 잘 정돈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데에 게을러졌거나, 전과 달리 열정이 식었다면,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는 데에서 다시 시작하도록 합시다. 회개를 시작으로 다시 신앙이 싹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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