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빵

2018년 8월 26일

한국은 여름이 되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매미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뉴욕은 한국만큼 매미 소리를 잘 들을 수는 없는데, 최근에 몇 차례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강원도 시골에 살았을 때, 매일 곤충을 잡으러 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제게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무더위 속의 시원한 매미 소리를 들으며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상기해 보게 되었습니다. 매미가 완전히 다 자란 상태인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땅속에서 유충, 즉 애벌레 상태로 오랜 시기를 지내야 하는데, 한국 매미의 경우에는 대략 5년 정도의 기간을 땅속에서 보낸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매미가 이보다 훨씬 더 오랜 시기를 땅속에서 산다는 것인데, 짧게는 13년, 길게는 17년이나 됩니다. 다 성장한 매미가 한여름에 한 달을 채 살지 못하고 죽는 것에 비하면, 땅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집니다.

매미에 관한 사실을 상기하면서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는데, 비록 성충이 되어 짧은 생을 살지라도, 완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도 마다하지 않고 인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빨리 결과를 얻고 싶어 합니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효율을 계산하곤 합니다. 시험 점수를 잘 얻기 위해서, 취직이 빨리 되기 위해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것보다 결과를 쉽게 얻기 위한 빠른 경로를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신앙이 성숙하는 데에 효율을 계산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매미가 한 달을 매미로 살기 위해서 길게는 17년을 땅속에서 준비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시대에 그분을 따르던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예수님께로부터 빨리 얻지 못하자 그분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그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두고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신 뒤의 내용인데, 그분의 제자들 가운데에 많은 이들이 그분을 떠납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을 먹으라고 하시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훗날 이 말씀의 의미를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당장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예수님을 떠납니다. 자기들이 모르는 점에 대해서 오랜 시간을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그분에게서 더 배우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들의 비위에 거슬린다는 이유로 포기합니다.

그런데 그들과 달리 베드로는 떠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는 베드로가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했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지금까지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듯이, 그분과 함께 간다면 분명 생명의 빵에 관한 말씀의 깊이를 깨닫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끈기를 가지고 그분과 함께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절대로 단시간에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체험하고 자기가 변화하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자기 안에 스며들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과 수없이 마찰을 일으키기도 해야 하고, 그러다가 그분 앞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체험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어느 순간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의 모습처럼, 예수님만을 따라가겠다는 의지와 인내를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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