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일

2021년 2월 28일

 우리는 지난 사순 제1주일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모습에 동참한다는 마음을 지니고, 그분께서 겪으신 고난의 길을 생각해 보며, 의미 있는 사순 시기를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순 제2주일의 복음은 사순 시기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오르시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복음은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십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부활에 관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전해주는 사건입니다. 그래서 왜 사순 시기의 복음이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가장 영광스러운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사순 제2주일이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전하는 이유는 예수님의 사명이 그분의 수난과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영광스러운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묵상을 하며, 그 사건들에서만 머물지 않고, 반드시 그분께서 영광스럽게 부활하셨다는 사건으로 나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고통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에도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미사를 계속 거행합니다. 우리가 사순 시기를 살아가면서, 예수님께서 겪으신 고난의 길에 동참하는 자세를 지니기는 하지만,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변모하셨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그분의 영광에 참여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오늘 복음은 일러줍니다.

  영광스럽게 변모하신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내려오시면서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십니다. 그 이유는 아직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만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수난과 죽음 없이 영광만을 보고 바라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시는 것입니다. 제자들도 아직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희끼리 서로 물어보는 것을 보면, 그들도 아직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서 무지했고, 부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의 핵심은 영광은 반드시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통은 영원하지 않고 언젠가는 반드시 영광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한 가지 더 묵상해 볼 점은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당장 그분과 같이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그분께서 우리를 당신과 같은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 시켜 주실 것을 희망하면서, 지금 이 사순 시기를 지내며,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매년 우리에게 특별한 시기로 다가옵니다. 전례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인 주님 부활 대축일을 거룩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약 40여 일의 기간을 회개와 보속의 시기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매년 사순 시기가 시작되면 단식과 자선 등의 행위와 같이 신앙인으로서 새로운 결심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다짐하듯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도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은총을 청하고, 다짐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외아들도 주셨고, 그 외아들이 수난과 죽음의 길에 드는 것을 허락하심으로써, 우리에게 당신의 외아들을 바치셨습니다. 이는 더 이상 우리에게 주실 것이 없을 만큼 모든 것을 우리를 위해서 내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냅니다. 이런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받고 있기에 우리는 고통과 시련이 우리를 찾아와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마침내 모든 아픔을 씻어낸 후에 빛나는 영광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지닐 수 있습니다.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은총의 사순 시기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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