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2018년 5월 27일

「가톨릭 교회 교리서」 234항에서는 삼위일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바로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이다. 이는 하느님 자신의 내적 신비이므로, 다른 모든 신앙의 신비의 원천이며, 다른 신비를 비추는 빛이다. 이는 신앙 진리들의 서열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교리이다. 구원의 역사는 바로 성부, 성자, 성령이신 참되고 유일한 하느님께서 당신을 알리시고, 죄에서 돌아서는 인간들과 화해하시고 그들을 당신과 결합시키시려는 길과 방법의 역사이지 그 밖에 다른 것이 아니다.”

삼위일체는 하느님이 알려주지 않으시면, 인간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하느님의 신비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신비로, 하느님 구원사업의 근간이 되는 신비입니다. 용어 자체로 이미 우리에게 난해함을 주는 이 신비는 하느님께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세 위격으로 존재하시고, 하나의 본성을 지니신다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 각각의 신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한 분 하느님이십니다. ‘위격’이라는 용어는 성부, 성자, 성령을 구분하여 표현하기 위한 신학적 용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분의 신이 아니라, 세 위격이시고 하나의 본성을 지니신다는 것이 삼위일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보통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성부의 이름만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하십니다. 성자와 성령께서는 성부와 같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세례는 마땅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베풀어져야 하는데, 그 하느님의 이름은 바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해하기 힘든 이 신비를 우리가 굳지 파헤치고 가장 핵심이 되는 신비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에 대한 경외, 또 하나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삼위일체는 인간이 하느님을 온전히 알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기꺼이 당신의 신비를 알려주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위일체는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무한하신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감히 그분을 파악하려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신비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함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분의 모든 것을 알고자 했던 위대한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삼위일체 신비를 연구하다가, 결국 그것을 깨달을 수 없음에 만족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느님이십니다. 내가 알 수 있으면 하느님이 아닙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분을 갈망하고, 자신을 낮추어 그분께 자신을 내어 맡깁니다.

삼위일체 신비가 우리에게 주는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무한하신 사랑입니다. 우리가 비록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가장 은밀한 곳에 감춰져 있는 신비를 알려주십니다. 우리가 자신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 감추고 싶은 부분을 모두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봅시다.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주려면, 그 대상은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신비를 우리에게 알려주신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만이 지니고 계신 신비를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최초의 사막의 은수자이자 모든 수도생활의 아버지이신 성 안토니오는 신학을 배우지도 않았지만, 오랜 기도생활 중에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하느님께서 정말 사랑의 하느님이시라면,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한 분이 아니실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신비는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믿음으로 깨달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결국 하느님의 신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길은 깊은 신앙생활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고, 성령의 인도로 거룩한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 신비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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