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or's Desk

2023년 5월 21일

오늘은 부활 제7주일로 부활 시기의 막바지에 접어듭니다. 지난 목요일, 부활 40일째 되는 날에 주님 승천을 기념하는 대축제를 지내고, 이제 부활 50일째 되는 날 성령 강림을 기다립니다.

  열하루의 일정으로 바오로 성인의 전교 발자취를 따라 터키, 그리스 순례를 마치고 ‘주님 승천 대축일’ 저녁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모두 성령의 은총과 여러분의 기도 덕분입니다. 순례는 언제나 똑같습니다. 몸은 힘든데, 마음은 성령으로 가득 차서 돌아옵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마음은 언제나 들떠서 돌아옵니다. 이것이 순례를 통해 주님과 함께하는 기쁨일 것입니다.

  성령은 우리 곁을 떠나신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함께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우리가 자유롭고 고통과 고난으로부터 해방되게 해주는 분입니다. 오늘 그 큰 선물을 가슴에 견고하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본당 9학년 학생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오늘 견진 성사를 통하여 세례 때 받은 성령을 다가오는 삶 안에 견고하게 모시고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두려움이 없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뜻입니다.

  예수님은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말씀하십니다. “두려워 하지 마라. 나다.” 이제 부활 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은 성령으로 오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의 보호자이며, 지혜이시며 용기의 근원이 되십니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 아이들 가슴에 깊이 새겨져 언제나 잊고 용기 내어 미래를 만들어 가길 기도드립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성령은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납니다. 평화의 성령, 기쁨의 성령, 행복의 성령으로 공동체의 기도를 통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부활 50일 만에 제자들에게 보내주신 성령처럼,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우리 공동체가 성령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공동체 식구 모두가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처음 주신 평화가 가득하길 빕니다. 가득한 평화로 빙그레 웃는 얼굴로 서로를 기쁘게 하는 주님의 공동체이길 바랍니다.

  사실 성령은 우리의 삶의 수난과 고난을 없애 주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미움과 분노를 없애 주지 않으십니다. 다만 그것을 이겨내게 해주십니다. 성령은 미워하기 보다 안타까워하게 합니다. 안타까움은 자비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자비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성령은 자책하게 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새로 시작하는 용서와 용기를 줍니다.

  우리의 기도는 문제를 없애 주게 해주는 기도라기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안에 성령을 깨우는 기도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드러난 부활의 신비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오늘 은퇴하신 레이먼드 채페토 보좌주교님(Bishop Rayment Chappetto)의 주례로 견진 성사를 받는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성령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른들의 기도와 격려와 위로가 절실합니다.

  성령강림 대축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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